대중적 스토리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2천석 공연장 가득 채워
'변화무쌍' LED 무대에 관객 대만족…12일 저녁 2회차 공연 예정

시칠리아로 변한 광화문광장…'서울시 야외오페라' 흥행성공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도된 오페라 대중화 실험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오페라단의 야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첫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공연장 내 객석 2천석을 가득 채웠다.

무료로 배부된 공연 티켓을 미처 예매하지 못한 시민들은 삼삼오오 공연장 밖 벤치와 인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 모여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누구나 즐기는 오페라'라는 기획 취지로 야외 오페라 공연을 준비한 서울시 오페라단은 지난해 '카르멘' 공연을 이을 후속작으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선택했다.

관객의 집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야외 공연의 특성상 대중적이면서 간결한 스토리의 오페라가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890년에 제작된 이 오페라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마부 '알피오'가 아내의 전 연인인 농부 '뚜릿뚜'를 결투 끝에 살해한다는 단순한 내용의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오페라단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지루할 틈이 없는 빠른 극 전개는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였고, 다른 오페라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내용도 오페라를 처음 접한 시민들에게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쉬는 시간을 포함해 90분을 넘지 않는 공연 시간에 시민들은 부담 없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정훈(48) 씨는 "오페라는 근엄한 정장 차림으로 격식을 갖추고 관람하는 공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야외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많은 제작비를 들여 시설 좋은 공연장에서 하는 오페라도 좋지만,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이런 야외 오페라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칠리아로 변한 광화문광장…'서울시 야외오페라' 흥행성공
목재로 만든 조형물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LED로 무대를 꾸민 것도 주효했다.

통상 오페라는 무대 준비를 위해 공연 중간에 막간을 둬야 하지만, LED 무대는 순식간에 무대 배경을 바꿀 수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

막간이 없기 때문에 공연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고, 그만큼 관객도 몰입감을 유지하기 쉬워졌다.

또 고흐와 마티스 등 위대한 화가들의 다양한 그림을 활용한 무대 배경도 공연을 더 빛나게 했다.

이야기 전개 맞춰 무대 배경이 신속하게 바뀌니 관객은 무대 위 상황을 훨씬 더 쉽게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시민예술단으로 공연에 참여한 101명 시민들의 연기도 흡족했다.

대부분 아마추어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는 시민예술단원들은 오페라를 전문으로 하는 성악가들의 연기 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황에 맞는 감초 연기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물론 소프라노 조선형과 테너 정의근, 바리톤 유동직, 메조소프라노 송윤진·정세라 등 베테랑 성악가들의 농익은 연기와 노래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마저 감탄하게 했다.

관객 김정훈 씨는 "산뚜짜를 연기한 조선형 소프라노의 노래를 직접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면서 "영상으로만 들었던 오페라 속 노래와는 차원이 다른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오페라단이 야심 차게 준비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2일 저녁 7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12일 공연에는 정의근과 유동직을 대신해 테너 이승묵과 바리톤 박정민이 출연할 예정이다.

시칠리아로 변한 광화문광장…'서울시 야외오페라' 흥행성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