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균 변호사 "'의사 기소 연평균 754.8건' 의협 연구는 잘못된 것"
환자단체 "의료사고 피해자·유족, 의료진 형사고소하지 않는 환경 조성해야"
의사 출신 변호사 "의료사고처리특례법, 평등 원칙에 위배"
정부가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제정하려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두고 의사 출신 변호사가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대표변호사는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료소비자연대·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의료사고 민사책임, 형사책임 및 행정상 규제의 문제점과 입법 방향'을 주제로 이렇게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정회원이기도 한 박 변호사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사가 보험에 가입하면 교통사고처럼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것이고, 실제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벤치마킹하였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 법안은 그동안 논의 배경 등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막연하게 우리나라 의사의 처벌이 외국보다 높다는 왜곡된 정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8년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다.

이는 일본 경찰 신고 건수(연평균 82.5건)의 9.1배, 영국 의료과실 의심 관련 과실치사 경찰 접수 건수(연평균 24건) 대비 31.5배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연평균 754.8건'의 근거 자료인 검찰청의 연도별 범죄 분석 해당 부분 및 용어 해설 등을 확인하면 이는 기소 수치가 아닌 범죄자 수치를 뜻한다"며 "범죄자란 기소된 피고인이 아니라 피의자를 말하는 것으로, 형사 기소됐다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료정책연구원의 자료 속 수치는 형사 기소된 사건 수가 아니라 수사 기관에 계류 중인 범죄자 수(피의자 수)에 불과한, 잘못된 수치임이 분명하고, 이 때문에 엉뚱한 결론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불문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는 법률로,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응보를 통해 피해자 보호, 교통사고의 억제 등을 꾀하고 있다"며 "그런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는 법안이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용 대상 하나만 놓고 봐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법안으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만약 특례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 소방관, 경찰관, 건설기술자 등 각종 직역이나 분야에서도 특례법안을 주장할 수 있고, 이를 막을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발표에 나선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사들이 의료 소송이 많은 난도 높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의 심각성은 환자도 충분히 인식하고, 신속히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의료진을 형사 고소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