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사랑'
[신간] 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
▲ 당근밭 걷기 = 안희연 지음.
"저기 저 산 보이나요 / 막혔던 벽에 창을 내고 / 당신을 위한 식탁을 차리고 / 창가엔 작은 꽃병을 놓아두었으니 / 우리 함께 산을 옮겨요 (중략) 오세요, 내 가장 찬란한 어둠 // 한 방울의 피가 흰 천에 스미는 속도로"(안희연 시 '청혼'에서)
안희연 시인에게 청혼이란 수줍지만 '내 가장 찬란한 어둠'인 상대에게 수줍은 듯 당당한 목소리로 산을 옮기자고 제안하는 일이다.

"당신 발밑으로 이유 없이 새 한 마리가 떨어진다면 제가 보낸 슬픔인 줄 아세요.

저는 아직 절벽을 떠나지 않습니다.

(시 '밤 가위'에서)
'당근밭 걷기'는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해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안희연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절벽에 서 있는 것 같은 날카로운 생의 감각으로 써 내린 시 58편이 수록됐다.

문학동네. 168쪽
[신간] 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
▲ 사랑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장승리 옮김.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가 사랑을 소재로 쓴 소설로, 바다를 배회하는 익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방금 경험한 일조차 망각하면서도 결코 잊히지 않는 기억을 파도처럼 계속 되풀이한다.

소설적 글쓰기의 가장자리에서 탄생한 듯한 이 작품은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일종의 장시(長詩)에 더 가깝다.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적인 생각이나 기억을 새로운 형식과 기교로 재현하려는 소설적 경향인 누보로망(Nouveau roman)의 대표 작가다운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인간 존재는 그저 단절된 충동들의 한 묶음일 뿐 문학은 그 상태 그대로를 복원해야 한다는 뒤라스의 지론처럼, '사랑' 역시 명확한 서사적 줄기가 없이도 독자들의 감각을 일깨우는 무한히 열린 텍스트다.

장승리 시인이 우리말로 옮겼다.

난다.

16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