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관광객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관광객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H마트(한아름마트) 등 미국 내 틈새 시장을 노렸던 아시아계 식료품점이 미국 전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제는 과거와 같은 틈새시장 사업이 아닌 문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11일(현지시간) NYT는 "1970~8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오는 아시아인이 급증하면서 생겨난 H마트와 같은 식료품점이 이제는 전국 단위 매장을 갖춘 유통 체인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1980년대 뉴욕시 퀸스 우드사이드의 작은 한인 슈퍼마켓으로 시작한 H마트는 현재 미국에서만 90여개 점포를 둔 대형 식료품 체인으로 성장했다. 시카고에서 첫 매장을 연 인도 식료품점 '파텔 브라더스', 캘리포니아주에 본거지를 둔 중국 식료품점 '99 랜치마켓'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네 슈퍼마켓에서 H마트처럼 대형 유통 체인으로 성장했다.

이들 식료품 업체는 고향 음식이나 식재료를 판매하면서 이민자 지역사회의 필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모바일 주문 앱과 전국 단위 매장을 갖추면서 유통 체인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H마트 홈페이지 캡처
사진=H마트 홈페이지 캡처
NYT는 지난해 미국을 점령한 대표 아시아 음식으로 농심 신라면을 꼽으면서 "빨간색과 검은색의 대담한 포장은 피할 수 없다. 이는 대학 기숙사, 식품 잡화점, 중부 지역의 월마트 및 인기 틱톡 동영상의 필수품"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인기는 미국 내 아시아 인구 비중이 많이 늘어난 데다 비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신라면과 같은 새로운 맛을 갈구하고 있는 영향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H마트의 경우 기업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하며 지난달엔 샌프란시스코의 쇼핑센터를 3700만 달러(약 510억원)에 통째로 사들이기도 했다. 파텔브라더스는 미 20개 주에 52개 점포를 두고 있으며 2년 내 6개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99랜치 역시 11개 주에 62개 점포를 둔 상태다.

아시아계 슈퍼마켓이 미국 내 식품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 미만에 불과하지만 실제 시장이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막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식을 비롯한 아시아 음식이 틱톡 챌린지 등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다. 이를 통해 H마트 등 아시아계 유통 체인이 월마트 등 메이저 유통체인의 제품군 구비에도 영향을 미치고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미국 내 슈퍼마켓에서 '아시아·전통음식' 코너 매출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약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