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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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최근 수입 소고기 가격이 뛰면서 물가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격이 오르는 원인이 이상 기후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여서 상당 기간 인상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겹살 이어 수입 소고기값도 고공행진…"집에서도 고기 먹기 무서워"
5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산 수입 소고기(냉동 갈비)의 100g당 평균 소매가격은 4073.2원으로 평년(2940.8원) 대비 38.5% 상승했다. 호주산 냉동 갈비 소매가격도 4147.6원으로 평년(2864.2원)보다 43.2%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소고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축산물 전체 물가가 2.7%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삼겹살의 평균 소매가격도 100g당 2318원으로 평년(2165.2원) 수준을 웃돌고 있다. 최근 한우 가격은 100g당 1만3000원 수준으로 평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삼겹살보다 다섯 배 이상 높고 수입 소고기보다는 세 배가량 비싸다. 소비자 사이에선 “외식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서 집에서 부담 없이 사서 먹을 고기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입 소고기 가격이 잡히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 소고기 원산지의 약 90%는 미국과 호주다. 미국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으로 사료 가격이 오르자 미국 소 사육 두수가 크게 줄었다. 미국 내 육우는 지난 1월 기준 2820만여 마리로, 1970년 이후 가장 적다.

육우 사육이 줄어들자 수입단가가 뛰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미국산 냉동 소고기 수입단가는 t당 7642.9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6942.0달러)보다 10.1% 상승했다. 호주는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형 사이클론이 호주 북동부를 강타하자 호주 정부가 항만 폐쇄 조치를 했고, 이로 인해 호주산 소고기 물량이 국내에 원활히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미국 내 도축장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고깃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민자 유입과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도축장에서 일할 외국인 근로자가 줄었다”며 “인건비가 오르자 폐업하는 도축장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