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20개 선거서 집권당 연패…인도 총선서 모디 진영 가까스로 과반
AP "소셜미디어·팬데믹 고통·세계화로 인한 변화 반발 등이 원인"
지구촌 선거의해, 등돌린 민심…"집권당 잇단 저조·극우돌풍 예고"
14억명의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 총선을 기점으로 전 세계 50개국에서 굵직한 선거가 줄줄이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 2024년 일정표가 어느 정도 반환점을 돌았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의 해에 유권자들의 깊은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세계를 바꿔놓고 있는 올해, 민주주의 국가의 유권자들은 한가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며 "그들은 현 정부와 지도자들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며 각국의 선거 현황을 짚었다.

통신은 지난 4월 한국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한 것을 비롯해 지구 반대편의 아르헨티나까지 각종 선거에서 여권 세력이 연이어 패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남미에서만 현직 정상과 소속 정당이 20차례 연속 선거에서 패했다.

최근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당선되면서 남미의 이런 집권여당의 연패 사슬을 겨우 끊어냈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또다른 사례는 인도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여권 정치연합이 가까스로 과반을 확보하면서 3연임에 성공했지만, 성난 민심이 확인된 데다 몸집이 커진 야권의 거센 대여 공세가 예상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압승할 것으로 예측된 출구조사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셈이다.

집권당이 민심 이반에 시달리면서 선거에서 약세를 보이는 이런 흐름은 조만간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꾸준히 지지 기반을 넓혀온 극우·포퓰리스트 성향 정치세력이 이번에 돌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머타이어스 마티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여러 면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이렇게 좋은 적이 없었는데도, 사람들은 매우 불만스러워한다"고 했다.

AP는 각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고조된 이유에 대해 "문제를 확대시키는 소셜미디어의 능력부터 코로나19 팬데믹에서의 고통스러운 회복, 세계화로 촉발된 경제 및 문화적 변화에 대한 반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리시 수낵 총리의 깜짝 승부수로 7월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 영국에서도 여론조사상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보수당이 노동당에 20% 포인트 이상 뒤지며 집권 14년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의 이런 불만은 아직 이념적으로 일관성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24개 민주주의 국가에서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는 '정치인들이 나와 같은 사람의 생각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42%는 '나의 관점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기관의 리처드 와이크 글로벌 태도 연구 담당 국장은 "이는 정치가 제로섬 게임으로 비춰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람들은 다른 진영의 실존적 위협을 더 많이 보게 되고, 민주주의에 불만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도 유권자들의 불만은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AP는 승자 독식주의여서 경합주에서의 경쟁이 주목받게 되는 미국 대선 제도를 놓고 "미국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는 몇 안 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대선에서의 선택에 대한 좌절감"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