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쇼핑백 사진 보낸 뒤 만남 요청하자 비서가 연락해 일정 조율
검찰, 추가 수사 거쳐 소환 검토할 듯…도이치 의혹 포함 등 변수
최목사 "저 경계인물 됐나요"…김여사 측근 "시간 내보신대요"
최재영 목사가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명품 가방 사진을 보내며 접견을 거듭 요청하자 며칠 뒤 김 여사를 보좌하는 측근이 "여사님이 시간을 내 보시겠다고 하신다"며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최 목사는 2022년 9월 12일 대통령실 부속실 소속 유모 비서로부터 "여사님께서 잠깐 뵐 수 있는 시간은 내 보시겠다고 하신다.

언제쯤 방문 예정이시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앞서 최 목사는 9월 7일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명품 브랜드 '디올' 쇼핑백과 선물상자 사진을 보여주며 "추석 인사 드리려고 한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지만 핸드백을 하나 장만했다"고 했다.

김 여사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틀 뒤 최 목사는 "이렇게 아무 말도 없고 반응도 없으시면 난처하네요"라며 "제가 경계인물이 된 것 같아 서글퍼요"라고 한 차례 더 카카오톡을 보냈다.

그러자 사흘 뒤인 12일 유 비서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유 비서는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으로,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합류해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관저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목사 "저 경계인물 됐나요"…김여사 측근 "시간 내보신대요"
유 비서는 카카오톡으로 "화∼수요일 오후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고, 이후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 날인 9월 13일 오후 2시 20분께 실제로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와 만났다는 것이 최 목사 측 주장이다.

최 목사가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유 비서는 접견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최 목사에게 보자기에 싼 대통령 추석 선물 상자를 건넸고, '남자용 대통령 시계 선물을 가져오라'는 김 여사의 지시에 따라 시계 선물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180만원 상당의 명품 향수·화장품을 전달하며 첫 접견이 이뤄진 2022년 6월 20일에도 유 비서와의 대화 기록이 남아 있다.

최 목사가 "오늘 2시 정각에 여사님과 뵙기로 했다.

주소를 알려달라"고 문자를 보내자 유 비서는 김 여사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건물의 주소를 보내며 "상가 들어오셔서 제과점 앞에서 전화주시면 모시러 나가겠다"고 답한다.

최 목사가 작성한 메모 중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도착하자 유 비서가 마중 나왔고, 유 비서를 따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도착했다"는 부분과 들어맞는 내용이다.

최목사 "저 경계인물 됐나요"…김여사 측근 "시간 내보신대요"
서울의소리 측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이같은 자료를 제출했다.

검찰은 추가적으로 서울의소리 등이 제출한 자료에 나오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거친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 및 방식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추가 조사할 부분들이 남은 만큼 시기와 방식을 구체화하기는 이른 단계이지만, 결국에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일 김 여사 소환조사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됐다.

만약 실제로 소환이 이뤄질 경우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동시에 조사할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거론된다.

김 여사는 2021년 서면조사를 받으면서 수 쪽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사건 초기 계좌를 맡기고 주식투자를 한 경위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2차 작전 시기'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게 적용할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수사팀이 소환이 필요하다고 가닥을 잡더라도 실제 협조가 이뤄질지 등과 관련해서는 변수가 많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