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회사들이 ‘일반 담배보다 순하고 건강에도 덜 해롭다’고 광고하는 ‘저(低)니코틴·타르 담배’도 정부의 금연 정책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니코틴이나 타르가 적게 들어간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담배에 중독된 몸은 같은 양의 니코틴·타르를 필요로 한다. 일정한 양을 채울 만큼 담배를 피워야 금단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저함량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니코틴을 채우기 위한 보상 행동으로 더 많은 담배를 피우고 연기도 더욱 깊게 들이마시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저타르 담배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반 담배보다 더 세게 혹은 깊이 흡입한다’(59%)거나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피우게 된다’(58%)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단순히 타르·니코틴 함량이 낮다고 해서 건강에 덜 해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에는 4000여 가지의 화학물질과 70종이 넘는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독일, 호주 등과 달리 한국은 타르, 니코틴 등 유해 성분 8종만을 담뱃갑 포장지에 표기하고 있다. 표기된 몇몇 성분의 함량만으로는 담배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타르는 담배 연기에서 니코틴과 수증기를 제외한 나머지 물질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타르 양이 적다고 해서 덜 해롭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담배 업체 관계자는 “저타르 담배가 덜 해롭다는 상식이 생긴 것은 담배 회사의 마케팅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WHO는 타르를 측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원도 2017년 담배 회사들에 ‘저타르’ ‘라이트’ ‘마일드’ ‘천연’ 등의 수식어가 들어간 담배를 피우더라도 건강상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정정 보도문을 내도록 명령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