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자라고? '괴짜 삼인조', 심해 생물 작품 들고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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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1관, 3관서
덴마크 세계적인 미술가 3인조 수퍼플렉스 전시
7월 28일까지
덴마크 세계적인 미술가 3인조 수퍼플렉스 전시
7월 28일까지
미술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작품이 팔려야 작가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유층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미술 작품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위선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라서다.
덴마크 출신의 3인조 현대미술 그룹 수퍼플렉스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세계화, 기술 발전의 이면을 비판하는 작품들로 지난 30여년간 세계적 명성을 쌓아 왔다.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들의 전시 ‘피시 앤 칩스(Fish & Chips)’는 그 비결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전으로는 2019년 이후 5년만의 한국 전시다.
그런 대표작 중 하나가 2009년 발표한 영상 작품 ‘침수된 맥도날드’. 맥도날드 매장 내부에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연출해 세계화와 기후변화 문제를 재기발랄하게 지적했다. 단순한 작품 제작 및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들이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가축의 배설물을 재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이자 그 자체로 설치미술 작품인 ‘바이오가스’(1996)가 단적인 예다. 수퍼플렉스는 이 작품을 탄자니아 등 제3세계 국가 곳곳에 설치하며 에너지 문제와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도 수퍼플렉스는 환경과 경제 시스템을 다룬다. 전시 제목의 물고기(피시)는 기후변화로 타격을 받고 있는 해양 생물들을, 카지노 칩(칩스)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번 전시장은 모두 가격이 정해져 있는, 판매하는 작품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미술 작품을 팔아 돈을 버는 건 모순 아니냐”는 질문에 수퍼플렉스는 2019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자본주의 체계와 미술계라는)시스템 바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내부에 들어가서 시스템에 도전하는 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투자은행 화분’ 연작이다. 글로벌 금융그룹 본사들의 모습을 본따 화분을 만든 후 환각을 유발하는 식물을 꽂아 도박성 투자의 중독성과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했다. 이번 전시작 ‘투자은행 화분 시티그룹 협죽도’에는 시티그룹 본사 모양의 화분에 제주도에 자생하는 독성 식물 협죽도를 꽂았다. 신용카드에 쓰이는 규소 등 재료를 사용해 만든 흰색의 작품 ‘칩스’ 역시 현대 금융 시스템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하이라이트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문제를 주제로 한 3관(K3)의 설치 작품 ‘수직적 이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해파리의 일종인 심해 생물인 사이포노포어를 주제로 만든 영상 작품. 수퍼플렉스는 “바다와 관련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심해를 탐험하다가 먹이를 찾기 위해 올라오고 있는 사이포노포어를 보게 됐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면, 인류 역시 사이포노포어처럼 살기 위해 ‘위쪽으로’(해발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상 작품 뒤로는 대리석과 화강암 등으로 만든 돌 조각 연작들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절반쯤 물에 잠긴 빌딩의 윗부분을 연상시킨다. 수퍼플렉스는 “지금은 인간을 위해 만든 미술 작품이지만, 환경 파괴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인류가 멸망한다면 훗날 이 작품은 물고기들만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착안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전시인 만큼,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이나 재기발랄함은 이전 국내 미술관 및 비엔날레 전시작들보다 덜한 편이다. 수퍼플렉스 치곤 ‘순한 맛’ 작품들이라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대중적이고 소장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작품들이라는 얘기도 된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덴마크 출신의 3인조 현대미술 그룹 수퍼플렉스는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세계화, 기술 발전의 이면을 비판하는 작품들로 지난 30여년간 세계적 명성을 쌓아 왔다.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들의 전시 ‘피시 앤 칩스(Fish & Chips)’는 그 비결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전으로는 2019년 이후 5년만의 한국 전시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3인조 괴짜
수퍼플렉스는 1993년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를 다니던 또래 미술가 야콥 펭거(56),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55), 라스무스 닐슨(55)이 의기투합해 만든 그룹이다. 테이트 모던과 쿤스트할레 바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초청되는 등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참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그런 대표작 중 하나가 2009년 발표한 영상 작품 ‘침수된 맥도날드’. 맥도날드 매장 내부에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연출해 세계화와 기후변화 문제를 재기발랄하게 지적했다. 단순한 작품 제작 및 판매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들이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가축의 배설물을 재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이자 그 자체로 설치미술 작품인 ‘바이오가스’(1996)가 단적인 예다. 수퍼플렉스는 이 작품을 탄자니아 등 제3세계 국가 곳곳에 설치하며 에너지 문제와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도 수퍼플렉스는 환경과 경제 시스템을 다룬다. 전시 제목의 물고기(피시)는 기후변화로 타격을 받고 있는 해양 생물들을, 카지노 칩(칩스)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번 전시장은 모두 가격이 정해져 있는, 판매하는 작품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의 미술 작품을 팔아 돈을 버는 건 모순 아니냐”는 질문에 수퍼플렉스는 2019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자본주의 체계와 미술계라는)시스템 바깥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내부에 들어가서 시스템에 도전하는 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본주의·기후변화 정면 조준
1관(K1) 공간에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작품들이 나와 있다. 전시장 초입에서 불길한 분홍빛을 발하는 ‘Save Your Skin’(조심하라), ‘Hold Your Tongue’(입을 잘 단속해라) 등 LED 작품들은 어느 순간에든 예상치 못한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이다.가장 인상적인 건 ‘투자은행 화분’ 연작이다. 글로벌 금융그룹 본사들의 모습을 본따 화분을 만든 후 환각을 유발하는 식물을 꽂아 도박성 투자의 중독성과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했다. 이번 전시작 ‘투자은행 화분 시티그룹 협죽도’에는 시티그룹 본사 모양의 화분에 제주도에 자생하는 독성 식물 협죽도를 꽂았다. 신용카드에 쓰이는 규소 등 재료를 사용해 만든 흰색의 작품 ‘칩스’ 역시 현대 금융 시스템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하이라이트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문제를 주제로 한 3관(K3)의 설치 작품 ‘수직적 이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해파리의 일종인 심해 생물인 사이포노포어를 주제로 만든 영상 작품. 수퍼플렉스는 “바다와 관련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심해를 탐험하다가 먹이를 찾기 위해 올라오고 있는 사이포노포어를 보게 됐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면, 인류 역시 사이포노포어처럼 살기 위해 ‘위쪽으로’(해발 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영상 작품 뒤로는 대리석과 화강암 등으로 만든 돌 조각 연작들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절반쯤 물에 잠긴 빌딩의 윗부분을 연상시킨다. 수퍼플렉스는 “지금은 인간을 위해 만든 미술 작품이지만, 환경 파괴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인류가 멸망한다면 훗날 이 작품은 물고기들만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착안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전시인 만큼,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이나 재기발랄함은 이전 국내 미술관 및 비엔날레 전시작들보다 덜한 편이다. 수퍼플렉스 치곤 ‘순한 맛’ 작품들이라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대중적이고 소장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작품들이라는 얘기도 된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