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확장 경쟁 들어갈 일 없어…'전쟁하는 나라'를 외치는 사람은 소수"
제주포럼 인터뷰…"한일협력, 중국의 책임 유도·미중갈등 상황에서 중요"
후쿠다 前일본 총리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국가의 책임"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일본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군비확장 경쟁에 돌입할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후쿠다 전 총리는 지난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계기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군비확장은 자체적으로 한계를 지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은 (평화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군사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 지극히 억제적"이라며 "일본이 군비확장 경쟁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렇게 될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전쟁하는 나라'를 외치는 사람은 소수파라고 했다.

2차대전 전범국가로 평화헌법 체제 하에서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고수했던 일본은 조금씩 족쇄를 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 수준이었던 국방예산을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고 최근엔 방위장비 관련 규정을 개정해 무기수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한 것은 일본의 '보통국가화' 행보를 가속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후쿠다 전 총리는 일본의 군사지출 증강은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세계적 표준에 맞춘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같은날 제주포럼 '세계지도자세션'에서 일본의 국방정책 변화를 일본 대중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묻자 "일본의 기본 사고방식은 헌법에 기반한 전쟁포기"라면서도 기존 군비지출이 "일본 국민이 봤을 때 너무 적지 않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위협이나 러시아 침공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일본 국민도 약간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미일동맹은 양국문제뿐 아니라 세계 질서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주요 7개국(G7)의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 한국의 'G7 플러스' 가입을 지지해줄 수 있는지 묻자 한국의 가입 문제는 중국의 가입 문제와도 연결돼 "앞으로 G7 틀 자체에 대한 기본 생각을 바꿔나가야 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G7이 서방국을 주축으로 출범했던 20세기와 비교해 현재 국제정세가 급변해 "G7이 현시대에 맞지 않는 게 아닌가하는 논의도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을 대체하는 게 (한국, 중국 등이 가입한) 'G20'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한일협력이 "중국이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을 유도하고 미중갈등 상황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2008년 제91대 일본 총리를 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