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강경 메시지' 내는데 엇갈린 행보에 논란
헝가리 국적 EU 집행위원 이스라엘 총리에 "만나서 영광"
헝가리 국적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잡음이 나온다.

바헬리 올리버 EU 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2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양자간 현안, 하마스와 전쟁,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이란의 전략적 도전을 논의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영광"이라고 회동 사실을 공개했다.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사진을 보면 그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게시물이 올라오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EU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긴급 명령을 무시한 채 라파 작전을 강행한 이스라엘에 대해 한층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EU는 또 이스라엘 정부가 최근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몰아간 것을 두고도 적절하지 않다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헬리 집행위원이 '영광'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을 '보란 듯' 공개한 셈이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 회동을 사전에 승인했는지 묻는 말에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EU 전문매체 유락티브는 보도했다.

바헬리 집행위원의 '돌발 행동'이 논란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지 이틀 만에 엑스를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최대 기증자인 EU 집행위원회는 총 6억9천100만 달러(약 9천900억원) 상당의 개발원조 포트폴리오 전체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검토가 끝날 때까지 예정된 모든 지원금 전달이 중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EU 집행위 내부와 상당수 회원국 사이에서는 EU 지원금이 하마스로 흘러 들어가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는 건 인도적 처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바헬리 집행위원의 발표가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결국 당시 집행위는 그의 발표 수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