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누명 벗겨달라" 고문피해 납북 어민, 재심서 무죄 호소

검찰 "불법수사 사과하지만, 재판은 공정" 유죄 고수

"고문당해 무서워서 인정한 진술을 번복하면, 다시 잡아가 녹여버린다(고문한다)는데 무서워서 한 재판 진술이 어떻게 인정될 수 있나요?"
30일 광주고법 형사1부(박정훈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돼 과거 징역형이 확정된 송모(78)씨는 무고함을 주장했다.

이날 결심에서 검찰은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한 불법 수사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재판은 공정하게 진행됐기에 유죄 판결은 유효하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 6개월에 자격정지를 선고해달라고 유죄 구형을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송씨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조작 사건이자, 중대한 인권 침해행위라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받은) 수사 심리 상태가 법정 진술 당시에는 정상적으로 회복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송씨는 1968년 5월 어선 '영조호'에 탑승해 조업하다 납북돼 5개월 만에 인천항으로 귀환했다.

이후 송씨는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1·2심에서 유죄를 판결받았으나, 대법원 상고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정상인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는 송씨의 꿈은 6년여 뒤 다시 군 수사기관에 간첩 혐의로 붙잡혀가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송씨의 주장에 따르면 송씨의 아버지는 6·25 때 실종된 가족을 걱정하는 지인에게 "아들이 납북 당시 봤는데, 그 사람 북한에서 잘살고 있다더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는데, 그것이 간첩죄의 빌미가 돼 체포됐다.

해군 목포보안대에서 18일 구금 기간 이어진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끔찍했다.

고문 기술자들은 둔기로 폭행하고, 고춧가루 물로 고문하거나, 온몸을 묶어 놓고 전기 고문했다.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받은 진술을 토대로 송씨는 결국 간첩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2심에서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대법원에서 일부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아 사건은 광주고법에 파기환송 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 광주고법은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고 송씨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송씨는 "고문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수사관들이 불러주는 대로 '네네'라고 인정하고, 법정에서도 다시 데려가 고문할까 무서워 이를 부인하지 못했다"며 "빨갱이 누명을 벗고 새 사람으로 살고 싶다.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자행된 불법 체포·구금과 고문·가혹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이 자리를 빌려 피고인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실체관계에 대해서는 증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행위 없이 진행된 과거 재판에서 피고인은 간첩 혐의 사실을 인정했기에 유죄가 선고됐고, 이에 따라 검찰은 (다시) 유죄를 구형할 수밖에 없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