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국 전쟁범죄 조사 ICC 전현직 검사장 통신 9년간 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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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언론 보도…"검사장 이메일 해킹하고 직접 찾아가 협박도"
"ICC 조사 사전봉쇄 의도"…무슬림 흑인 여성 벤수다 전 검사장·칸 검사장 등도 포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인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막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을 협박한 것에 더해 통신까지 감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 잡지사 '+972' 및 '로컬 콜'과의 공동 취재 결과 이스라엘이 자국을 겨냥한 ICC의 전쟁범죄 혐의 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여러 정보기관을 동원해 ICC 고위 관리들의 통신을 감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 ICC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이스라엘은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와 국내 담당 정보기관 신베트, 군 사이버 정보부대 8200까지 동원해 ICC 관리들의 통신 감청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활동에 정통한 복수의 이스라엘 전현직 관리들은 가디언에 이 정보기관들이 파투 벤수다 당시 ICC 검사장과 그 직원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나눈 전화 통화를 주기적으로 감청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들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의 통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입장에서 이러한 감청은 매운 쉬운 일이었다면서 "만약 벤수다 전 검사장이 서안이나 가자에 있는 그 누구와도 통화를 나눈다면 그 내용은 이스라엘 시스템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시 내부적으로 무슬림인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 흑인 여성인 벤수다 전 검사장을 몰래 감시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감청 작전은 벤수다 전 검사장을 포함해 60여명의 ICC 관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ICC와 협력한 팔레스타인 비정부기구(NGO) 단체 알하크 등 여러 인권 단체 관리들도 대상이 됐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이메일 등을 해킹해 이 단체들이 ICC와 공유한 민감한 자료들을 수집했으며, 신베트는 악명 높은 해킹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팔레스타인 NGO 단체 및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리들의 휴대전화에 설치했다고도 한 소식통은 주장했다.
이러한 이스라엘 감청 작전의 목적은 ICC가 조사 중인 사안을 사전에 파악해 이스라엘 당국이 먼저 자체 조사를 벌임으로써 ICC의 기소를 막는 것이었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ICC는 상보성(complementarity) 원칙에 따라 범죄 혐의가 있는 개인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수사나 형사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인 경우에는 ICC 검사가 이를 조사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ICC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미리 알아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스라엘 수사 기관이 수사를 개시하도록 해 ICC의 기소나 체포영장 발부를 방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 등을 기반으로 ICC의 조사를 막기 위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벤수다 전 검사장측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12월 벤수다 전 검사장이 예비 조사 결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설득 노력은 중단됐고, 이후 이스라엘은 요시 코헨 당시 모사드 국장을 통해 벤수다 전 검사장을 향한 더욱 직접적인 위협에도 나섰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전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이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모사드를 이끌었던 코헨 전 국장이 재임 기간 수 차례 벤수다 전 검사장과 접촉해 이스라엘에 대한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벤수다 전 검사장이 물러나고 영국 출신의 카림 칸 현 검사장이 취임하자 한동안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 조사는 관심 밖으로 물러난 듯 보였으나,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상황은 다시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칸 검사장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비판 강도를 높이자 이스라엘은 칸 검사장과 주변 관리들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등을 해킹했다고 이스라엘 정보기관 소식통들은 가디언에 전했다.
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달 20일 이뤄진 칸 검사장의 네타냐후 총리 및 하마스 지도부 등을 상대로 한 체포영장 청구에 앞서 해당 내용을 감청을 통해 미리 파악한 정황도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내에서 공유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측은 두 명의 팔레스타인 정치인들 간의 전화 통화 감청을 통해 칸 검사장의 네타냐후 등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가 임박했으나 칸 검사장이 이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이스라엘 측 소식통들은 가디언에 전했다.
이에 대한 질의에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가 받은 질문에는 이스라엘 국가를 해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거짓되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가디언에 "IDF는 ICC에 대해 감시 등의 정보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ICC 조사 사전봉쇄 의도"…무슬림 흑인 여성 벤수다 전 검사장·칸 검사장 등도 포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인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막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을 협박한 것에 더해 통신까지 감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 잡지사 '+972' 및 '로컬 콜'과의 공동 취재 결과 이스라엘이 자국을 겨냥한 ICC의 전쟁범죄 혐의 조사를 무산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여러 정보기관을 동원해 ICC 고위 관리들의 통신을 감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 ICC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이스라엘은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와 국내 담당 정보기관 신베트, 군 사이버 정보부대 8200까지 동원해 ICC 관리들의 통신 감청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활동에 정통한 복수의 이스라엘 전현직 관리들은 가디언에 이 정보기관들이 파투 벤수다 당시 ICC 검사장과 그 직원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나눈 전화 통화를 주기적으로 감청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들은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의 통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입장에서 이러한 감청은 매운 쉬운 일이었다면서 "만약 벤수다 전 검사장이 서안이나 가자에 있는 그 누구와도 통화를 나눈다면 그 내용은 이스라엘 시스템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시 내부적으로 무슬림인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 흑인 여성인 벤수다 전 검사장을 몰래 감시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감청 작전은 벤수다 전 검사장을 포함해 60여명의 ICC 관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ICC와 협력한 팔레스타인 비정부기구(NGO) 단체 알하크 등 여러 인권 단체 관리들도 대상이 됐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이메일 등을 해킹해 이 단체들이 ICC와 공유한 민감한 자료들을 수집했으며, 신베트는 악명 높은 해킹용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팔레스타인 NGO 단체 및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리들의 휴대전화에 설치했다고도 한 소식통은 주장했다.
이러한 이스라엘 감청 작전의 목적은 ICC가 조사 중인 사안을 사전에 파악해 이스라엘 당국이 먼저 자체 조사를 벌임으로써 ICC의 기소를 막는 것이었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ICC는 상보성(complementarity) 원칙에 따라 범죄 혐의가 있는 개인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수사나 형사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인 경우에는 ICC 검사가 이를 조사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ICC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미리 알아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스라엘 수사 기관이 수사를 개시하도록 해 ICC의 기소나 체포영장 발부를 방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 등을 기반으로 ICC의 조사를 막기 위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벤수다 전 검사장측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12월 벤수다 전 검사장이 예비 조사 결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설득 노력은 중단됐고, 이후 이스라엘은 요시 코헨 당시 모사드 국장을 통해 벤수다 전 검사장을 향한 더욱 직접적인 위협에도 나섰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전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이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모사드를 이끌었던 코헨 전 국장이 재임 기간 수 차례 벤수다 전 검사장과 접촉해 이스라엘에 대한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벤수다 전 검사장이 물러나고 영국 출신의 카림 칸 현 검사장이 취임하자 한동안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 조사는 관심 밖으로 물러난 듯 보였으나,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상황은 다시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칸 검사장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비판 강도를 높이자 이스라엘은 칸 검사장과 주변 관리들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등을 해킹했다고 이스라엘 정보기관 소식통들은 가디언에 전했다.
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달 20일 이뤄진 칸 검사장의 네타냐후 총리 및 하마스 지도부 등을 상대로 한 체포영장 청구에 앞서 해당 내용을 감청을 통해 미리 파악한 정황도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내에서 공유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측은 두 명의 팔레스타인 정치인들 간의 전화 통화 감청을 통해 칸 검사장의 네타냐후 등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가 임박했으나 칸 검사장이 이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이스라엘 측 소식통들은 가디언에 전했다.
이에 대한 질의에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가 받은 질문에는 이스라엘 국가를 해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거짓되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답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가디언에 "IDF는 ICC에 대해 감시 등의 정보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