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탕핑만이 대안인가" vs "정부가 불신 심어"(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의사 부족해도 장기간 못 늘렸다" vs "증원, 비과학적·비정상적 정책"
서울대 심포지엄서 복지부-의료계 갑론을박…'불공정한 보상체계 개선'엔 모두 동의
환자들 "전공의들, 돌아와 필수의료 살려달라"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증원의 타당성과 대화 조건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정부는 "의사 부족 추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대로 오랫동안 의대 증원을 늘리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은 과학적 연구와 검증 등 정상적 정책수립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환자단체는 "이번 상황에서 가장 피해보는 건 환자와 전공의"라며 ""돌아와 환자 곁을 지키고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9일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는 비대위 소속 교수 외에도 외부 의료계 인사와 보건복지부 담당자, 환자단체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의대 증원 사태 후 각 대학과 교수 비대위는 여러 차례 심포지엄을 열었지만, 복지부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료의 미래상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 소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정부-보건복지부 관점에서 제시하는 의료의 미래'를 발표한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숙련된 의사가 대량으로 은퇴하고 있고, 초고령사회의 의료 수요에 대비한 인력 기반이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장기간 동결했다"며 "2012년부터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하다는 추계가 있었으나, 의료계와 합의하지 못해 20년 넘게 증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상적인 정책 수립은 문제 파악,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와 증거 확보,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 검증 등을 거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이런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며 "증원은 국민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양측은 한목소리로 '대화'를 얘기했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회적 논의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내놨다.
강준 과장은 "정부는 지난달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역량을 집결해 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여기에 의사들을 모시고 소통 창구를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안덕선 교수는 "지금까지 정권마다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개혁위원회가 많이 열렸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유는 정부와 전문직(의사) 간 관계 설정이 없었고, 급진적으로 단기간 성과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현 의료개혁특위가 추진하는 개혁도 그렇게 마음처럼 쉽게 1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의사들이 십수년간 의견을 묵살당했기 때문에 상호 신뢰를 다지고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뭔가 능동적으로 보여 주기 전에는 (의사가) 쉽사리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불공정한 보상 체계를 바로잡는 것 등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강준 과장은 "현 수가체계에서는 어렵고 힘든 진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미흡해 개원·미용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며 "획일적 수가 인상을 탈피하고, 저평가된 항목의 수가를 집중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안덕선 교수도 "불공정한 보상과 (수가)협상 구조라는 구조적 폭력이 미래의 의료 환경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오랫동안 묵살된 초저수가 진료 분야의 수가 정상화 요구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공의 사직 100일째인 이날 전공의 복귀와 대화에 대해서도 엇갈린 메시지를 내놨다.
토론자로 나선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전공의들은 근본적으로 의사로서, 프로페션(전문직)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련을 받은 것"이라며 "책무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탕핑'만이 대안인가"라고 지적했다.
'탕핑'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국 신조어이다.
김 과장은 "의료계와 소통 성공의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면서도 "(전공의 처분에 있어)정부는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재차 확언했다.
이에 안덕선 교수는 "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내리는 대신 파업을 합법화해 줬다면 (단체행동이) 훨씬 안전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권리를 존중해 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젊은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있는 궁극적인 것은 '불신'"이라며 "정부의 모든 약속은 '당장 약속해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국고 지원 등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자 측은 "전공의 집단행동은 환자뿐 아니라 전공의 본인들에도 피해"라며 "돌아와서 함께 필수의료를 고민하자"고 호소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다른 의료계 직역이 의사들의 영역을 달라고 할 것이고 국민들은 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늦기 전에 일단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100일간 힘들게 버텨 왔는데, 일단 전공의들이 돌아와서 국민들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지금 100일을 돌아보면 의대 정원 때문이 아니라 전공의 집단행동 때문에 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며 "법원 결정도 나온 상황애서 의사들은 '의료 사망선고'만 할 것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머리를 맞대 달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에는 "필수의료 전공의 선생님들의 상처를 잘 알고 있다"며 "이제 많은 국민들이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필수의료를 살리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논의하자"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울대 심포지엄서 복지부-의료계 갑론을박…'불공정한 보상체계 개선'엔 모두 동의
환자들 "전공의들, 돌아와 필수의료 살려달라"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증원의 타당성과 대화 조건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정부는 "의사 부족 추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대로 오랫동안 의대 증원을 늘리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은 과학적 연구와 검증 등 정상적 정책수립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환자단체는 "이번 상황에서 가장 피해보는 건 환자와 전공의"라며 ""돌아와 환자 곁을 지키고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9일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는 비대위 소속 교수 외에도 외부 의료계 인사와 보건복지부 담당자, 환자단체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의대 증원 사태 후 각 대학과 교수 비대위는 여러 차례 심포지엄을 열었지만, 복지부 인사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료의 미래상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 소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정부-보건복지부 관점에서 제시하는 의료의 미래'를 발표한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숙련된 의사가 대량으로 은퇴하고 있고, 초고령사회의 의료 수요에 대비한 인력 기반이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장기간 동결했다"며 "2012년부터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하다는 추계가 있었으나, 의료계와 합의하지 못해 20년 넘게 증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상적인 정책 수립은 문제 파악,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와 증거 확보,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 검증 등을 거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이런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며 "증원은 국민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양측은 한목소리로 '대화'를 얘기했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회적 논의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내놨다.
강준 과장은 "정부는 지난달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역량을 집결해 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여기에 의사들을 모시고 소통 창구를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안덕선 교수는 "지금까지 정권마다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개혁위원회가 많이 열렸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유는 정부와 전문직(의사) 간 관계 설정이 없었고, 급진적으로 단기간 성과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현 의료개혁특위가 추진하는 개혁도 그렇게 마음처럼 쉽게 1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의사들이 십수년간 의견을 묵살당했기 때문에 상호 신뢰를 다지고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뭔가 능동적으로 보여 주기 전에는 (의사가) 쉽사리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불공정한 보상 체계를 바로잡는 것 등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강준 과장은 "현 수가체계에서는 어렵고 힘든 진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미흡해 개원·미용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며 "획일적 수가 인상을 탈피하고, 저평가된 항목의 수가를 집중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안덕선 교수도 "불공정한 보상과 (수가)협상 구조라는 구조적 폭력이 미래의 의료 환경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오랫동안 묵살된 초저수가 진료 분야의 수가 정상화 요구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공의 사직 100일째인 이날 전공의 복귀와 대화에 대해서도 엇갈린 메시지를 내놨다.
토론자로 나선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전공의들은 근본적으로 의사로서, 프로페션(전문직)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련을 받은 것"이라며 "책무에 대해서도 고민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탕핑'만이 대안인가"라고 지적했다.
'탕핑'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국 신조어이다.
김 과장은 "의료계와 소통 성공의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면서도 "(전공의 처분에 있어)정부는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재차 확언했다.
이에 안덕선 교수는 "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내리는 대신 파업을 합법화해 줬다면 (단체행동이) 훨씬 안전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권리를 존중해 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젊은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고 있는 궁극적인 것은 '불신'"이라며 "정부의 모든 약속은 '당장 약속해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국고 지원 등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자 측은 "전공의 집단행동은 환자뿐 아니라 전공의 본인들에도 피해"라며 "돌아와서 함께 필수의료를 고민하자"고 호소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다른 의료계 직역이 의사들의 영역을 달라고 할 것이고 국민들은 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늦기 전에 일단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100일간 힘들게 버텨 왔는데, 일단 전공의들이 돌아와서 국민들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지금 100일을 돌아보면 의대 정원 때문이 아니라 전공의 집단행동 때문에 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며 "법원 결정도 나온 상황애서 의사들은 '의료 사망선고'만 할 것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머리를 맞대 달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에는 "필수의료 전공의 선생님들의 상처를 잘 알고 있다"며 "이제 많은 국민들이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필수의료를 살리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논의하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