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엔진 바꾼 北…'ICBM 아닌 척' 누리호 따라했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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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연료·산화제 바꾼 새 엔진 등장…"그래도 안보리 결의 위반"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체 발사에 실패하고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적용한 탓이라고 밝혀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우주궤도 진입을 성공시켰던 엔진을 갈아치웠다는 것인데, 기존 발사체 성능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개선을 꾀하다가 수포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군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오후 10시 44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는 2분 뒤인 10시 46분께 북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발사 직후 폭발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초기에 폭발했기 때문에 구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연소 계통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의 추정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발 장면은 우리 군 경비함정이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로 촬영한 영상에도 생생하게 포착됐다.
북한은 실패를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밝혔다.
산화제로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썼다는 것인데, 그간 북한의 발사체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물질이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쏜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 '천리마-1형'은 북한이 내세우는 기존 '백두산 엔진'을 적용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들어가는 백두산 엔진은 구소련의 RD-250 엔진을 모방해 만들었다.
백두산 엔진은 연료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 산화제로 적연질산을 쓴다.
산화제는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고공 엔진의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UDMH와 적연질산 조합은 군사적 용도에 해당한다.
추력이 떨어지고 맹독성이 있다는 단점을 감수하면서 상온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에서 보관해야 해, 보관과 주입을 위한 고가의 첨단 설비가 필요하다.
주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주입 직후 발사해야 하는 사용상의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단위 연료당 높은 추력을 생성할 수 있다는 고유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과학 목적의 우주 발사체에 널리 쓰인다.
한국 나로호·누리호는 물론이고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발사체에서도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한다.
액체산소와 케로신 조합 분야의 선진국은 러시아다.
나로호·누리호 엔진 역시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토대로 이런 방향을 채택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사가 러시아제 모방의 역사이고,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면 액체산소·케로신 조합 또한 러시아의 지원 과정에서 이식이 논의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발사체 개발을 지원했다고는 해도 11월 1호기 발사, 이달 2호기 발사 사이 6개월 기간에 굳이 새 엔진을 적용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대목이다.
러시아가 새 엔진을 통째로 넘겨주지 않은 이상 개발 기간으로 턱없이 부족하며, 설령 엔진을 줬다고 해도 적절한 검증 없이 위성을 탑재해 실제 발사에 도전했다는 것은 극히 무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 연료 체계의 연소 불안정성 문제를 해소하고 신뢰성을 높이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북한이 언제부터 이 체계를 개발해왔는지는 몰라도 바로 발사를 시도한 것이 상당히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의 엔진 완제품 제공 여부에 대해 "'기술지원'이라는 기술 전수, 설계 제공, 부품 제공 등 여러 수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단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위성 발사를 시도할 때마다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행위"라는 지적을 회피하고자 이런 도박을 시도한 것일 수 있다.
ICBM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남들처럼 과학적 목적에서 위성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개발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두산 엔진을 새로운 추진제 조합에 맞도록 수정·변경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의구심을 제거"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엔진을 썼든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탄두만 바꾸면 미사일이기 때문에 상관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실패하기는 했으나 우주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일반적이고, 북한이 택한 방향이 최근의 기술 추세라는 점에서 장차 새 엔진을 사용한 발사 성공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성 관련 발사 실패는 우주 개발국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 전에 러시아 기술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할 수 있으므로 향후 러시아의 지원이 더욱 적극적·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우주궤도 진입을 성공시켰던 엔진을 갈아치웠다는 것인데, 기존 발사체 성능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개선을 꾀하다가 수포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군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오후 10시 44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는 2분 뒤인 10시 46분께 북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발사 직후 폭발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초기에 폭발했기 때문에 구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연소 계통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의 추정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발 장면은 우리 군 경비함정이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로 촬영한 영상에도 생생하게 포착됐다.
북한은 실패를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밝혔다.
산화제로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썼다는 것인데, 그간 북한의 발사체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물질이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쏜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 '천리마-1형'은 북한이 내세우는 기존 '백두산 엔진'을 적용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들어가는 백두산 엔진은 구소련의 RD-250 엔진을 모방해 만들었다.
백두산 엔진은 연료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 산화제로 적연질산을 쓴다.
산화제는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고공 엔진의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UDMH와 적연질산 조합은 군사적 용도에 해당한다.
추력이 떨어지고 맹독성이 있다는 단점을 감수하면서 상온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에서 보관해야 해, 보관과 주입을 위한 고가의 첨단 설비가 필요하다.
주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주입 직후 발사해야 하는 사용상의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단위 연료당 높은 추력을 생성할 수 있다는 고유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과학 목적의 우주 발사체에 널리 쓰인다.
한국 나로호·누리호는 물론이고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발사체에서도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한다.
액체산소와 케로신 조합 분야의 선진국은 러시아다.
나로호·누리호 엔진 역시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토대로 이런 방향을 채택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사가 러시아제 모방의 역사이고,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면 액체산소·케로신 조합 또한 러시아의 지원 과정에서 이식이 논의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가 발사체 개발을 지원했다고는 해도 11월 1호기 발사, 이달 2호기 발사 사이 6개월 기간에 굳이 새 엔진을 적용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대목이다.
러시아가 새 엔진을 통째로 넘겨주지 않은 이상 개발 기간으로 턱없이 부족하며, 설령 엔진을 줬다고 해도 적절한 검증 없이 위성을 탑재해 실제 발사에 도전했다는 것은 극히 무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 연료 체계의 연소 불안정성 문제를 해소하고 신뢰성을 높이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북한이 언제부터 이 체계를 개발해왔는지는 몰라도 바로 발사를 시도한 것이 상당히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의 엔진 완제품 제공 여부에 대해 "'기술지원'이라는 기술 전수, 설계 제공, 부품 제공 등 여러 수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단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위성 발사를 시도할 때마다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행위"라는 지적을 회피하고자 이런 도박을 시도한 것일 수 있다.
ICBM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남들처럼 과학적 목적에서 위성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개발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두산 엔진을 새로운 추진제 조합에 맞도록 수정·변경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의구심을 제거"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엔진을 썼든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탄두만 바꾸면 미사일이기 때문에 상관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실패하기는 했으나 우주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일반적이고, 북한이 택한 방향이 최근의 기술 추세라는 점에서 장차 새 엔진을 사용한 발사 성공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성 관련 발사 실패는 우주 개발국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 전에 러시아 기술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할 수 있으므로 향후 러시아의 지원이 더욱 적극적·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