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안양시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버스. 운전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핸들이 저절로 돌아간다.     KT 제공
KT와 안양시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버스. 운전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핸들이 저절로 돌아간다. KT 제공
27일 경기 안양시 안양동구청을 출발한 버스가 인근 공원을 향해 왼쪽으로 차체를 돌렸다. 핸들은 빠르게 돌아갔지만, 운전자는 이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10개의 센서가 달린 버스가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식해 도로 위를 달렸다.

KT는 지난달 22일부터 안양시와 함께 ‘주야로’라는 이름의 자율주행버스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범계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안양시 외곽까지 이어진다. 오는 8월 14일까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윤정호 안양시청 스마트도시정보과 팀장은 “시범 노선은 기존 노선이 없는 곳에 편성했다”며 “수익성 문제 등으로 대중교통이 취약한 곳의 시민 편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은 주야로에 탑승해 자율주행을 체험했다. 자율주행버스와 일반 버스의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게 취재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가속이 천천히 이뤄졌고 코너링도 자연스러웠다. 전면의 차량을 피해 4차선에서 3차선으로 차로를 변경하는 것도 무리가 없었다. 정류장 근처에 주정차 차량이 있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하는 ‘융통성’도 갖췄다.

KT는 자연스러운 자율주행의 비결로 고도화된 플랫폼을 꼽았다. KT는 지난해 안양시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을 구축하며 ‘로드마스터’ ‘모빌리티 메이커스’ 등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급했다. 로드마스터는 인공지능(AI) 교통 상황 예측 시스템, 모빌리티 메이커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최강림 KT모빌리티사업단 단장은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ITS에 들어오는 하루평균 13종, 56테라바이트(TB) 데이터를 분석해 자율주행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10분 남짓한 탑승 시간 동안 다섯 번 정도 거친 제동이 이뤄졌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 우회전할 때 분리대를 객체로 인식해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일도 있었다. 박봉기 KT 컨소시엄 수행 프로젝트매니저(PM)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이 도입되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ITS는 전체 도로 위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안양=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