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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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초등학생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개근거지'라고 조롱 섞인 놀림을 받았다는 한 가장의 사연이 전해졌다. '개근거지'란 학기 중 체험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들을 비하해 이르는 말이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근거지라는 게 그냥 밈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들이 겪어버렸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라는 작성자 A씨는 "어제 아들이 '친구들이 (나보고) '개거'라고 한다'고 울면서 말하더라"라며 "개거가 뭔가 했더니 '개근거지'였다"고 푸념했다.

A씨는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으나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이를 달래주기 위해 국내 여행을 알아봤다. 그는 "경주나 강릉, 양양 같은 곳을 알아보자고 컴퓨터 앞에 데려갔는데 '한국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창피하다'고 말했다"며 "체험학습도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결국 아내와 아들 둘이서만 해외로 가기로 하고, 땡처리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모든 세대만의 분위기나 멍에가 있겠지만 저는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자라고 부모께서 키워주심에 감사하면서 교복도 가장 싼 브랜드 입고 뭐 사달라고 칭얼거린 적도 없었다"며 "요즘은 정말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참 갑갑하다. 사는 게 쉽지 않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리 때는 해외여행 다녀오면 부럽다 정도였는데 요즘엔 못 가는 애들 무시하는 게 더 커져 버렸다", "개근상은 성실함의 척도 아니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소중함은 어디에서 가르쳐야 하나", "인간은 허례허식에서 못 벗어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출산 후 무한경쟁 참전할 자신 없다"

한편 실제로 자녀가 없는 무자녀 가구들이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로 시간·경제적 여유 외에도 '경쟁이 극심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꼽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현장 이야기를 듣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첫 번째 '패밀리스토밍' 자리에서 특별히 자녀 계획이 없거나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 청년 세대 '무자녀 부부' 12명과 만나 출산에 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한 참가자는 "(한국 사회는) 돌잔치에서 아이가 걷는지 여부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까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한다"며 "그 무한경쟁에 부모로서 참전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아이를 낳고 남들 사는 만큼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 △근로 시간이 길고 보육환경이 열악해서 등을 출산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