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유력' 라이시 급사에 이란 소용돌이 속으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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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후계구도에 영향…"성직자-군부간 권력투쟁 전개될 수도"
히잡 시위·경제난 등 거치며 민심 이반…누적된 불만 도화선 가능성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사망으로 이란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정일치(벨라야티 에 파기) 체재인 이란의 통치 구조상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되긴 하지만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는 터라 일반적인 대통령제 국가에 비해 권한이 크지는 않다.
행정부 수반의 최대 권한인 군 통수권도 최고지도자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유고는 이란 체제와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란은 '신의 대리인' 격인 최고지도자의 1인 통치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대통령은 보수파와 개혁파가 8년(4년씩 연임)마다 번갈아 당선되곤 했지만, 이란 체제는 견고하게 유지됐다.
라이시의 급사가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어서다.
그를 제외한 후보군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종교적 존경과 신학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중동의 '대국' 이란을 움직이는 실권자인 만큼 현실 정치 경험과 국민적 인지도가 중요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는 2명뿐이었다.
1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혁명의 지도자로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호메이니의 최고지도자 재임 중 8년(1981∼1989년)간 대통령을 역임했다.
라이시 역시 이들 최고지도자의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가던 차였다.
라이시 외에는 국민적 인지도와 현실 정치 경력, 장악력을 지닌 경쟁자가 마땅치 않았다.
그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이란 체제의 안정성과 최고지도자의 승계 구도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체제는 그렇지 않아도 누적된 내부 불만에 도전받고 있었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와 사상 최저치까지 폭락한 자국 통화 가치,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심화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제재와 관료들의 부패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몇 년째 30%를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이른바 '히잡 시위'가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전국적으로 장기간 확산한 것은 이런 응축된 불만과 불안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지난 3월 의회 선거의 사상 최저 전국 투표율(41%)로 드러났다.
한국 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이란어과 김혁 교수는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시위, 2019년 민생고 반정부 시위, 2022년 히잡 시위를 거치며 체제에 저항하는 층위가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란 체제를 위협하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란의 최대 현안은 7월로 예상되는 대통령 보궐선거다.
라이시의 강경 보수 정권에 대한 불만은 온건, 개혁 성향의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의 대선, 총선에 출마하려면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보수적인 이 조직은 개혁파 후보를 사전에 대거 탈락시키곤 했다.
외신들은 보선을 계기로 현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은 더욱 또렷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통령 보궐선거가 끝나면 차기 최고지도자를 놓고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4)가 거의 유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에선 하메네이를 이을 유력 후보자로 라이시와 모즈타바 하메네이 단 두 명이 거론됐다며 "다른 성직자들도 다크호스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그들이 충분한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혁명을 이끈 1세대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은 하메네이 통치의 종료를 기점으로 비로소 '혁명 후 세대'로 전환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이슬람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일치 체제의 유효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유력한 후계자 라이시의 사망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더라도 결과적으로 최고 권력을 '세습'하는 셈이 되는 탓이다.
이는 현재 상황에 불만이 누적된 이란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데다 최고지도자의 정통성에도 논란이 번질 수 있다.
법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받지만, 이란 안보와 경제의 중심축인 군부 실세, 즉 혁명수비대의 '선택'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이시의 유고로 중차대한 권력 투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이란 국내적으로는 성직자와 군 세력 간 파워 싸움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가 되면 반발을 견디기 위해 혁명수비대에 의존할 것이며, 이는 결국 군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며 그 결과 이란이 성직자와 군부가 권력을 분점하는 '혼합 정권'에서 군사 정권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된다면 이란이 국내적으로는 종교적 보수주의가 약화할 수 있지만 대외 정책 면에서는 서방에 대한 적대는 더 강화될 수 있다.
/연합뉴스
히잡 시위·경제난 등 거치며 민심 이반…누적된 불만 도화선 가능성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사망으로 이란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정일치(벨라야티 에 파기) 체재인 이란의 통치 구조상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되긴 하지만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는 터라 일반적인 대통령제 국가에 비해 권한이 크지는 않다.
행정부 수반의 최대 권한인 군 통수권도 최고지도자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유고는 이란 체제와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란은 '신의 대리인' 격인 최고지도자의 1인 통치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대통령은 보수파와 개혁파가 8년(4년씩 연임)마다 번갈아 당선되곤 했지만, 이란 체제는 견고하게 유지됐다.
라이시의 급사가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이어서다.
그를 제외한 후보군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종교적 존경과 신학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중동의 '대국' 이란을 움직이는 실권자인 만큼 현실 정치 경험과 국민적 인지도가 중요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지도자는 2명뿐이었다.
1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혁명의 지도자로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호메이니의 최고지도자 재임 중 8년(1981∼1989년)간 대통령을 역임했다.
라이시 역시 이들 최고지도자의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가던 차였다.
라이시 외에는 국민적 인지도와 현실 정치 경력, 장악력을 지닌 경쟁자가 마땅치 않았다.
그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이란 체제의 안정성과 최고지도자의 승계 구도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 체제는 그렇지 않아도 누적된 내부 불만에 도전받고 있었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와 사상 최저치까지 폭락한 자국 통화 가치,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심화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제재와 관료들의 부패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몇 년째 30%를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이른바 '히잡 시위'가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전국적으로 장기간 확산한 것은 이런 응축된 불만과 불안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지난 3월 의회 선거의 사상 최저 전국 투표율(41%)로 드러났다.
한국 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이란어과 김혁 교수는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시위, 2019년 민생고 반정부 시위, 2022년 히잡 시위를 거치며 체제에 저항하는 층위가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란 체제를 위협하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란의 최대 현안은 7월로 예상되는 대통령 보궐선거다.
라이시의 강경 보수 정권에 대한 불만은 온건, 개혁 성향의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의 대선, 총선에 출마하려면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보수적인 이 조직은 개혁파 후보를 사전에 대거 탈락시키곤 했다.
외신들은 보선을 계기로 현 정부에 대한 불만 여론은 더욱 또렷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통령 보궐선거가 끝나면 차기 최고지도자를 놓고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4)가 거의 유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에선 하메네이를 이을 유력 후보자로 라이시와 모즈타바 하메네이 단 두 명이 거론됐다며 "다른 성직자들도 다크호스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그들이 충분한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혁명을 이끈 1세대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은 하메네이 통치의 종료를 기점으로 비로소 '혁명 후 세대'로 전환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이슬람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일치 체제의 유효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유력한 후계자 라이시의 사망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더라도 결과적으로 최고 권력을 '세습'하는 셈이 되는 탓이다.
이는 현재 상황에 불만이 누적된 이란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데다 최고지도자의 정통성에도 논란이 번질 수 있다.
법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받지만, 이란 안보와 경제의 중심축인 군부 실세, 즉 혁명수비대의 '선택'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이시의 유고로 중차대한 권력 투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이란 국내적으로는 성직자와 군 세력 간 파워 싸움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가 되면 반발을 견디기 위해 혁명수비대에 의존할 것이며, 이는 결국 군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며 그 결과 이란이 성직자와 군부가 권력을 분점하는 '혼합 정권'에서 군사 정권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된다면 이란이 국내적으로는 종교적 보수주의가 약화할 수 있지만 대외 정책 면에서는 서방에 대한 적대는 더 강화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