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은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원이다. ‘RE100’(신재생에너지 100%),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움직임을 주도하는 미국, 유럽연합(EU)과 전력 수요가 큰 제조업 중심의 일본, 대만 등이 적극적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해상풍력발전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자국 기업 보호·육성에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美·유럽·대만은 해저케이블서 中기업 퇴출
19일 시장조사업체 GWEC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신규 용량은 2023년 15.3GW에서 2026년 30.8GW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32년 60GW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발전 1GW 설치에 6조~7조원이 드는 만큼 수백조원 시장이 새로 열리는 것이다. 이런 ‘뜨는 산업’을 잡기 위해 미국 뉴욕, 뉴저지 등 대서양 연안의 주(州)정부들은 풍력발전 사업자가 터빈, 해저케이블 등 주요 8개 부품·기자재에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면 법인세의 50%를 깎아준다.

대만은 국책 풍력발전단지 사업자에게 대만산 제품을 60% 이상 쓰도록 강제한다. 일본은 작년 12월 아키타 등 풍력발전단지 입찰 규칙을 발표하면서 지역 및 국내 경제 파급 효과 부문에 20점(총점 240점)을 배분했다.

중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정책도 버젓이 나온다. 미국은 2022년 캘리포니아주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위해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손잡은 메타(옛 페이스북)에 ‘중국 기업 배제’를 요구했다. 결국 차이나모바일은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EU도 중국 퇴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해저케이블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 화웨이, ZTE 등 ‘고위험 사업자’의 단계적 퇴출을 권고했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2023년 4월 해상풍력발전 고정가격 입찰 때 국산 부품을 쓰는 사업자에게 가점을 주는 제도인 ‘LCR’을 폐지했다. EU 회원국 한 곳의 항의에 따른 조치였다지만, 다른 나라에 비춰볼 때 “정부가 섣불리 LCR을 폐지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 정부 정책은 우리 기업을 보호·육성하기는커녕 중국 기업만 키워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