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호구' 되기 전에 기억해야 할 것들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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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의 ₿피셜
코인, 알고 투자하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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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반감기 이후에는 항상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이 있었다. 2012년 11월의 첫 번째 반감기가 실행된 후 다음 반감기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약 50배 상승했고, 2016년 7월 두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초기코인공개(ICO) 광풍이 시작되었다. 2020년 5월 세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소위 ‘디파이 여름(DeFi Summer)’이라 불리는 디파이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들도 등장했다.
ICO 광풍과 디파이 여름, NFT의 유행은 주로 이더리움상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비트코인 반감기가 이런 프로젝트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한 역학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분 또는 추가 상승 예측이 가상자산 업계에 자금 유입과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모험적인 신규 프로젝트들이 시작되는 것이라 추정될 뿐이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은 다른 가상자산의 가격도 함께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반감기 이후에 일어났을 법한 현상들이 2023년 하반기에 일어나기도 했다. 솔라나, 아발란체 등 타 네트워크의 성장이 두드려졌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인스크립션, BRC-20 밈 코인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났으며, 최근에도 ‘비트코인 레이어2’에 대한 대화들이 활발하다.
현재로서는 금리와 전쟁 위기 등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정체되고 있지만, 반감기의 ‘약발’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우상향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시작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시도 중에 가짜 혁신, 가짜 비즈니스, 가짜 프로젝트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ICO 광풍을 전후해서 우리나라만 해도 수백, 수천 가지 코인들과 토큰들이 발행되었고, 백서들이 발간되었고, 강남 특급호텔 볼룸에서 성대한 론칭 행사를 진행했고, 수많은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었고, ‘ㄴ자’ 차트를 그리고 상장 폐지되어 잊혔다.
디파이 광풍과 NFT 대유행도 마찬가지였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를 복사해서 디자인만 새로 입힌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수백~수천 퍼센트의 연간수익률(APY)을 약속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해 망해 없어졌다. 최악의 경우 러그풀(주: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자금을 가지고 사라져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로 사라진 경우도 많았다. 이런 디파이 프로젝트의 고유자산(native asset)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입었으며, 러그풀의 경우 해당 디파이를 단순히 이용한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가 갔다.
NFT의 경우, 특히 그림파일 시리즈 형태의 NFT 들이 많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큰 손실 상태로 보인다. NFT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활동을 멈추었으며, 프로젝트 자체에 투자한 사람들도 손실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하는 것, 탈중앙화 금융서비스(Decentralized Finance, 디파이),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나쁜 것이 아니다. 기술과 금융의 혁신이다. 성공 사례도 즐비하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토큰 발행과 디파이, NFT를 참칭하며 의도적 또는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문제다. 외국 어딘가에서는 이것으로 이렇게 성공했다며, 우리도 저렇게 성공하겠다고 섣불리 투자를 권유하고, 그 말을 믿고 덥석 투자를 해버리는 게 문제다. 폭등 차트만 보고 거래소에서 덥석 무엇인지도 모르는 토큰을 사버리는 게 문제다. 그렇게 블록체인 산업과 토큰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사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ICO 광풍 시절 실패로 돌아간 프로젝트들의 상당수가 이런 형태였다. 백서의 줄거리는 “우리가 ㅁㅁ분야 전문가들인데, 블록체인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ㅁㅁ 플랫폼을 만들어 중개 수수료를 낮추고, 빠르게 글로벌로 확장하겠다”라는 식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분야는 지급·결제, 광고, 게임, 물류, 차량, 부동산, 소셜미디어, 뉴스, 동영상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산업을 망라한다. 낯설고 어려운 블록체인 개념과 용어는 “4차 산업혁명”, “모두가 주인인 경제”, “글로벌 이노베이션” 등 선동 문구로 가려져 있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젝트 설계는 패턴화가 되어, 실제로 백서 내용은 99% 똑같은데 프로젝트 이름과 산업 분야만 바꿔치기한 백서들도 여럿 발견되었다.
백서와 로드맵은 계획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실제로는 그저 투자유치를 위한 재료일 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서의 내용을 다 읽어보기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인물들을 본다. 문제는, 백서에 이름이 기재된 화려한 이력의 인물들도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할 깜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실제 프로젝트의 주역이 아닌 이름만 빌려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프로젝트의 ‘실제’ 비즈니스 모델은 코인을 만들어 초기 투자 유치 또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현금화하는 것이다. 억지 아이디어나 억지 사업계획을 억지 백서에 욱여넣어 화려한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홍보하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코인 현금화다. 백서나 홈페이지, 팀 소개는 계획된 실패의 장식일 뿐이다. 초기 투자만 유치해서 현금화한 후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경우나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고점에 재단 물량을 현금화한 후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경우 모두 프로젝트 인원들은 현금을 챙겨 가고 피해는 선량한 투자자들에게로 돌아간다.
디파이와 NFT 프로젝트들도 국내에서 만들어진 상당수가 그 전철을 밟았다. 해외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그대로 가져와 ‘포대갈이’해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주된 목적은 디파이 토큰의 현금화와 NFT 초기 판매였다. 실제로 성공한 프로젝트들이 어떤 내러티브에서 어떤 이유로 성공하게 되었는지까지는 따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ICO 프로젝트처럼 실패했다.
그다음은 “그 토큰이 어디에 쓰이는가”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가 “왜 굳이 그 토큰을 사야 하는가”다. 이더리움상에는 아주 많은 서비스와 앱들이 구동되고 있고, 이더리움상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이더(ETH)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비싸고 복잡해도 이더를 사야만 하는 이유다. 솔라나와 아발란체 등 다른 메이저 레이어1 네트워크(소위 ‘메인넷’)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주식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토큰의 적정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효용가치를 따져 보면 토큰의 가격 중 얼마나, 또는 전부가 상승 기대심리에 의존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초기 투자의 경우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한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서비스나 플랫폼에 해당 토큰이 사용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팀 구성원들이 백서에 약속한 서비스나 플랫폼을 기술적, 제도적, 사업적 어려움을 딛고 실제로 구현해서 사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2024년 반감기 이후에 어떤 테마의 어떤 유행이 시작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화려하게 포장해서 초기 투자를 권유하거나 거래소 폭등 차트가 매수를 유도하는 무언가는 또 나타날 것이다.
또한, ‘나는 복잡한 건 모르겠고 돈만 벌면 돼’라는 식의 접근도 역시나 계속될 것이다. 그런 분들은 이것 한 가지를 꼭 기억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위에서 말한 사람들의 현금화 계획에 그런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넘기는 것이 항상 들어간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도 그렇고, 거래소에서의 투자도 마찬가지다. 잘 알아보지 않고 본능에 의지해 매수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방법은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유동성 출구’가 될 것인가.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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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반감기와 ICO, 디파이, NFT
2024년 4월 20일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가 실행되었다. 연준의 조속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중동 위기가 고조되며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적으로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감기는 기본적으로 공급 축소를 뜻하기에 비트코인 가격에는 장기 상승 호재를 뜻한다.비트코인 반감기 이후에는 항상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이 있었다. 2012년 11월의 첫 번째 반감기가 실행된 후 다음 반감기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약 50배 상승했고, 2016년 7월 두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초기코인공개(ICO) 광풍이 시작되었다. 2020년 5월 세 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소위 ‘디파이 여름(DeFi Summer)’이라 불리는 디파이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들도 등장했다.
ICO 광풍과 디파이 여름, NFT의 유행은 주로 이더리움상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비트코인 반감기가 이런 프로젝트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한 역학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분 또는 추가 상승 예측이 가상자산 업계에 자금 유입과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모험적인 신규 프로젝트들이 시작되는 것이라 추정될 뿐이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은 다른 가상자산의 가격도 함께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네 번째 반감기 이후 예측
지난 세 번의 반감기 이후에는 비트코인의 파괴적인 가격 상승이 있었다. 공급이 줄어드는 이벤트이기에 이번 반감기 이후로도 가격은 상승하리라고 예측하는 것이 맞겠지만, 2023년 초부터 시작된 장기 상승세, 그리고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현물 ETF 호재가 반감기 이후에 일어났어야 할 상승 폭을 미리 선반영했다는 의견도 있다.그래서인지, 반감기 이후에 일어났을 법한 현상들이 2023년 하반기에 일어나기도 했다. 솔라나, 아발란체 등 타 네트워크의 성장이 두드려졌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인스크립션, BRC-20 밈 코인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났으며, 최근에도 ‘비트코인 레이어2’에 대한 대화들이 활발하다.
현재로서는 금리와 전쟁 위기 등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정체되고 있지만, 반감기의 ‘약발’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우상향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이 시작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시도 중에 가짜 혁신, 가짜 비즈니스, 가짜 프로젝트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ICO 광풍을 전후해서 우리나라만 해도 수백, 수천 가지 코인들과 토큰들이 발행되었고, 백서들이 발간되었고, 강남 특급호텔 볼룸에서 성대한 론칭 행사를 진행했고, 수많은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었고, ‘ㄴ자’ 차트를 그리고 상장 폐지되어 잊혔다.
디파이 광풍과 NFT 대유행도 마찬가지였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를 복사해서 디자인만 새로 입힌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수백~수천 퍼센트의 연간수익률(APY)을 약속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해 망해 없어졌다. 최악의 경우 러그풀(주: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자금을 가지고 사라져 투자자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로 사라진 경우도 많았다. 이런 디파이 프로젝트의 고유자산(native asset)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입었으며, 러그풀의 경우 해당 디파이를 단순히 이용한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가 갔다.
NFT의 경우, 특히 그림파일 시리즈 형태의 NFT 들이 많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큰 손실 상태로 보인다. NFT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활동을 멈추었으며, 프로젝트 자체에 투자한 사람들도 손실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하는 것, 탈중앙화 금융서비스(Decentralized Finance, 디파이),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나쁜 것이 아니다. 기술과 금융의 혁신이다. 성공 사례도 즐비하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토큰 발행과 디파이, NFT를 참칭하며 의도적 또는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문제다. 외국 어딘가에서는 이것으로 이렇게 성공했다며, 우리도 저렇게 성공하겠다고 섣불리 투자를 권유하고, 그 말을 믿고 덥석 투자를 해버리는 게 문제다. 폭등 차트만 보고 거래소에서 덥석 무엇인지도 모르는 토큰을 사버리는 게 문제다. 그렇게 블록체인 산업과 토큰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사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억지 비즈니스 모델로 투자를 유인한다
의도적 또는 결과적으로 사기가 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에는 공통점이 있다. 코인을 찍어내기 위한 억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다.ICO 광풍 시절 실패로 돌아간 프로젝트들의 상당수가 이런 형태였다. 백서의 줄거리는 “우리가 ㅁㅁ분야 전문가들인데, 블록체인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ㅁㅁ 플랫폼을 만들어 중개 수수료를 낮추고, 빠르게 글로벌로 확장하겠다”라는 식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분야는 지급·결제, 광고, 게임, 물류, 차량, 부동산, 소셜미디어, 뉴스, 동영상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산업을 망라한다. 낯설고 어려운 블록체인 개념과 용어는 “4차 산업혁명”, “모두가 주인인 경제”, “글로벌 이노베이션” 등 선동 문구로 가려져 있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젝트 설계는 패턴화가 되어, 실제로 백서 내용은 99% 똑같은데 프로젝트 이름과 산업 분야만 바꿔치기한 백서들도 여럿 발견되었다.
백서와 로드맵은 계획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실제로는 그저 투자유치를 위한 재료일 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서의 내용을 다 읽어보기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인물들을 본다. 문제는, 백서에 이름이 기재된 화려한 이력의 인물들도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할 깜냥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실제 프로젝트의 주역이 아닌 이름만 빌려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프로젝트의 ‘실제’ 비즈니스 모델은 코인을 만들어 초기 투자 유치 또는 거래소 상장을 통해 현금화하는 것이다. 억지 아이디어나 억지 사업계획을 억지 백서에 욱여넣어 화려한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홍보하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코인 현금화다. 백서나 홈페이지, 팀 소개는 계획된 실패의 장식일 뿐이다. 초기 투자만 유치해서 현금화한 후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경우나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고점에 재단 물량을 현금화한 후 프로젝트를 종료하는 경우 모두 프로젝트 인원들은 현금을 챙겨 가고 피해는 선량한 투자자들에게로 돌아간다.
디파이와 NFT 프로젝트들도 국내에서 만들어진 상당수가 그 전철을 밟았다. 해외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그대로 가져와 ‘포대갈이’해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주된 목적은 디파이 토큰의 현금화와 NFT 초기 판매였다. 실제로 성공한 프로젝트들이 어떤 내러티브에서 어떤 이유로 성공하게 되었는지까지는 따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ICO 프로젝트처럼 실패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좋은 프로젝트도, 성공 가능성이 없는 프로젝트도, 그리고 처음부터 실패할 요량으로 만든 프로젝트도 다들 멀쩡해 보인다. 백서는 어렵고, 홈페이지는 화려하고, 발표를 들어보면 그럴싸하다. 여기에서 프로젝트의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왜 굳이 블록체인인가”다. 어렵고 비싼 블록체인과 토큰(NFT도 토큰이다)을 굳이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에 토큰을 억지로 갖다 붙인 사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강남 특급호텔들을 가득 메운 수많은 프로젝트가 그랬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되었다.그다음은 “그 토큰이 어디에 쓰이는가”다. 다시 말하면 누군가가 “왜 굳이 그 토큰을 사야 하는가”다. 이더리움상에는 아주 많은 서비스와 앱들이 구동되고 있고, 이더리움상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이더(ETH)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비싸고 복잡해도 이더를 사야만 하는 이유다. 솔라나와 아발란체 등 다른 메이저 레이어1 네트워크(소위 ‘메인넷’)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주식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토큰의 적정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효용가치를 따져 보면 토큰의 가격 중 얼마나, 또는 전부가 상승 기대심리에 의존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초기 투자의 경우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한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서비스나 플랫폼에 해당 토큰이 사용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팀 구성원들이 백서에 약속한 서비스나 플랫폼을 기술적, 제도적, 사업적 어려움을 딛고 실제로 구현해서 사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꼭 기억해야 할 것 한 가지
모든 투자는 투자자 본인 선택이다. 소중한 돈을 투자하기 전에 꼼꼼히 공부해 볼 법도 한데, 실제로는 많은 투자가 충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동네 김 사장님이 소개해서 같이 간 테헤란로 지하 투자설명회장에서 처음 만난 김 실장이 약속한 미래에 김 사장님 믿고 500만 원을 투자하고, 유튜버가 차트 위에 그림을 그리며 “무조건 간다”라고 선동하는 코인에 신용대출 받은 금액을 밀어 넣는다. 투자금이 녹아 없어져도 하소연할 곳은 없고, 김 실장과 유튜버는 돈을 번다. 그리고 아직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하지 못한다.2024년 반감기 이후에 어떤 테마의 어떤 유행이 시작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화려하게 포장해서 초기 투자를 권유하거나 거래소 폭등 차트가 매수를 유도하는 무언가는 또 나타날 것이다.
또한, ‘나는 복잡한 건 모르겠고 돈만 벌면 돼’라는 식의 접근도 역시나 계속될 것이다. 그런 분들은 이것 한 가지를 꼭 기억하시기를 당부드린다. 위에서 말한 사람들의 현금화 계획에 그런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넘기는 것이 항상 들어간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도 그렇고, 거래소에서의 투자도 마찬가지다. 잘 알아보지 않고 본능에 의지해 매수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방법은 그들은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유동성 출구’가 될 것인가.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