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추상 추구했던 애그니스 마틴, 한국서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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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솔올미술관 전시…미술관은 이번 전시 이후 강릉시가 운영
"완전히 추상적인 - 자연환경의 표현이 조금도 없는 - 미술작품은 음악과 비슷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감응을 일으킬 수 있다.
선과 색조와 색상에 대한 우리의 감응은 소리에 대한 감응과 비슷하다.
(중략) 그것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의미를 담는다.
"
캐나다 출신의 미국 여성 추상미술 작가 애그니스 마틴(1912∼2004)의 작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 '완벽한 순간들'이 4일 강원도 강릉 솔올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국내 아트페어나 단체전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마틴의 한국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틴은 초기에는 구상적 작업을 했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대신 다양한 선과 격자 형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격자(Grid) 시리즈는 이후 흐릿하고 부드러운 색의 물감을 얇게 바른 뒤 그 위에 연필로 수평선을 긋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미니멀리즘 작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생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추상표현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작품군으로 구성됐다.
회색 모노크롬 그림들과 말년에 작업한 옅은 원색의 '순수한 사랑' 연작이다.
리움미술관과 일본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미국 뉴욕 휘트니 미술관, 디아파운데이션 등에서 온 작품들이다.
대학 시절 선불교와 도교 철학에 심취했던 마틴은 1974년부터 시골 마을에 은둔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상에서 얻은 영감을 회화로 표현하는데 몰두했다.
2전시장에는 아직 형태가 남아있던 1955년작 '무제'부터 시작해 여러 채도의 회색 바탕 위에 연필로 수평선이나 격자를 그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품들이 걸렸다.
크기, 색상, 기법 등을 치밀하게 계획해 그 안에서 색과 선을 반복하고 변주하며 '완벽함'을 추구한 마틴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화면 같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아주 옅은 연필 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업 방식 전환을 암시하는 실크스크린 작품 '어느 맑은 날에'(1973) 시리즈 30점,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1964년 '나무'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말년의 작품인 '순수한 사랑'(1999) 연작 8점은 회색 모노크롬 그림과는 달리 옅은 원색을 썼다.
마틴은 건강상의 이유로 요양원에서 지내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사랑', '충만', '행복', '아기들이 오는 곳' 같은 제목이 붙은 '순수한 사랑' 연작에 대해 작가는 고요한 명상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 것으로 설명한다.
마틴의 전시와 함께 한국의 단색화 거장 정상화의 개인전도 열린다.
두 작가 모두 작업에 계획성과 즉흥성이 함께 한다는 점, 차분하면서 절제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영국 테이트 모던 관장을 지낸 프랜시스 모리스 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가 기획했다.
모리스 교수는 "2년 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의 새 미술관 전시를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큰 호기심이 생겼고 또 마틴이 이전에 한국에서 전시한 적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그래서 새로운 관객들에게 마틴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다는 것이 내게는 아주 흥미로운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경력과 많은 작품이 있는 예술가를 단순히 조망하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 제목처럼 '완벽한 순간들'에 집중하면서 마틴의 작품 세계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25일까지이고 유료 관람이다.
한편, 솔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운영 주체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에서 강릉시로 바뀐다.
강릉시 교동7공원에 들어선 솔올미술관은 미국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립한 건축회사 마이어 파트너스의 설계로 개관 전부터 주목받았다.
개관전으로 열었던 루치오 폰타나와 곽인식 개인전에는 2만7천여명이 관람하는 등 지역 미술관으로서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위탁 운영해왔지만 이번 전시 이후에는 강릉시에 기부채납돼 강릉시가 운영을 맡는다.
솔올미술관은 소장품 없는 미술관,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해 한국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는 미술관을 표방했지만 운영 주체가 바뀌면 미술관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석모 솔올미술관 관장은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해 "(강릉시와)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완전히 추상적인 - 자연환경의 표현이 조금도 없는 - 미술작품은 음악과 비슷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감응을 일으킬 수 있다.
선과 색조와 색상에 대한 우리의 감응은 소리에 대한 감응과 비슷하다.
(중략) 그것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의미를 담는다.
"
캐나다 출신의 미국 여성 추상미술 작가 애그니스 마틴(1912∼2004)의 작업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전시 '완벽한 순간들'이 4일 강원도 강릉 솔올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국내 아트페어나 단체전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된 적은 있지만 마틴의 한국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틴은 초기에는 구상적 작업을 했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는 대상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대신 다양한 선과 격자 형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격자(Grid) 시리즈는 이후 흐릿하고 부드러운 색의 물감을 얇게 바른 뒤 그 위에 연필로 수평선을 긋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미니멀리즘 작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생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추상표현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작품군으로 구성됐다.
회색 모노크롬 그림들과 말년에 작업한 옅은 원색의 '순수한 사랑' 연작이다.
리움미술관과 일본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미국 뉴욕 휘트니 미술관, 디아파운데이션 등에서 온 작품들이다.
대학 시절 선불교와 도교 철학에 심취했던 마틴은 1974년부터 시골 마을에 은둔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명상에서 얻은 영감을 회화로 표현하는데 몰두했다.
2전시장에는 아직 형태가 남아있던 1955년작 '무제'부터 시작해 여러 채도의 회색 바탕 위에 연필로 수평선이나 격자를 그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품들이 걸렸다.
크기, 색상, 기법 등을 치밀하게 계획해 그 안에서 색과 선을 반복하고 변주하며 '완벽함'을 추구한 마틴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화면 같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아주 옅은 연필 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업 방식 전환을 암시하는 실크스크린 작품 '어느 맑은 날에'(1973) 시리즈 30점,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1964년 '나무'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말년의 작품인 '순수한 사랑'(1999) 연작 8점은 회색 모노크롬 그림과는 달리 옅은 원색을 썼다.
마틴은 건강상의 이유로 요양원에서 지내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사랑', '충만', '행복', '아기들이 오는 곳' 같은 제목이 붙은 '순수한 사랑' 연작에 대해 작가는 고요한 명상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 것으로 설명한다.
마틴의 전시와 함께 한국의 단색화 거장 정상화의 개인전도 열린다.
두 작가 모두 작업에 계획성과 즉흥성이 함께 한다는 점, 차분하면서 절제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영국 테이트 모던 관장을 지낸 프랜시스 모리스 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가 기획했다.
모리스 교수는 "2년 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의 새 미술관 전시를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큰 호기심이 생겼고 또 마틴이 이전에 한국에서 전시한 적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그래서 새로운 관객들에게 마틴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다는 것이 내게는 아주 흥미로운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경력과 많은 작품이 있는 예술가를 단순히 조망하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 제목처럼 '완벽한 순간들'에 집중하면서 마틴의 작품 세계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25일까지이고 유료 관람이다.
한편, 솔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운영 주체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에서 강릉시로 바뀐다.
강릉시 교동7공원에 들어선 솔올미술관은 미국의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립한 건축회사 마이어 파트너스의 설계로 개관 전부터 주목받았다.
개관전으로 열었던 루치오 폰타나와 곽인식 개인전에는 2만7천여명이 관람하는 등 지역 미술관으로서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위탁 운영해왔지만 이번 전시 이후에는 강릉시에 기부채납돼 강릉시가 운영을 맡는다.
솔올미술관은 소장품 없는 미술관,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해 한국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는 미술관을 표방했지만 운영 주체가 바뀌면 미술관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석모 솔올미술관 관장은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해 "(강릉시와)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