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식구 맞나?'…부메랑 맞은 하이브 표 멀티 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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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와의 내분으로 격랑에 빠졌다. 어도어 경영진들의 경영권 탈취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자회사 간 표절 의혹, 멀티 레이블 체제 부작용 문제로 번지며 단기간에 국내 굴지의 엔터 기업으로 성장한 하이브에도 큰 숙제를 안기게 됐다.
어도어는 2021년 하이브의 레이블인 쏘스뮤직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당시 하이브는 어도어에 154억 규모의 투자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레이블의 수장은 K팝 비주얼 디렉터로 이미 역량이 검증된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출신 민희진이 맡았다. 민희진은 이곳에서 대표 직함을 달고 그룹 뉴진스를 키워냈다.
민 대표와 뉴진스는 최상의 시너지를 냈다. 독창적인 콘셉트에 신선한 음악을 공수해 온 민 대표의 감각을 뉴진스 멤버들은 그대로 흡수했다. 데뷔와 동시에 뉴진스는 높은 대중성을 얻었고 글로벌 진출까지 막힘이 없었다. 3개의 타이틀곡을 선보이고, 뮤직비디오도 4편을 제작하는 등 데뷔 때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어도어였다. K팝의 정형성을 깨는 여러 시도와 함께 "역시 민희진"이라는 찬사가 따랐다.
민 대표는 뉴진스라는 팀과 멤버들에 애정이 깊었다. 스스로 '뉴진스 엄마'를 자처할 정도였다.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달고 내놓는 첫 그룹인 만큼 본인의 역량을 쏟아부은 것도 사실이다. 뉴진스는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래서일까. 민 대표는 각종 여론과 뉴진스의 고유성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진스의 성공 이후 이지 리스닝 장르, 몽환적인 콘셉트 등이 인기를 끌자 '뉴진스 풍' 모방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하이블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나온 신인 아일릿을 보며 폭발했다. 아일릿은 팀을 결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알 유 넥스트?' 포스터가 공개될 당시부터 뉴진스와 묶여 언급됐던 바다. 데뷔 티저가 공개되면서부터는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직접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자 어도어는 '뉴진스 베끼기' 카드를 꺼냈다. 이 과정에서 어도어는 '뉴진스 아류'라는 표현으로 한 지붕 다른 가족인 아일릿을 대놓고 때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잇는다.
한 가요 관계자는 "같은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다. 하이브 레이블 간에 만연하게 퍼져있던 과도한 경쟁 구도가 만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하이브의 운영 철학인 '멀티 레이블 전략'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하이브 표 '멀티 레이블 전략'이 올바르게 가동되지 않는다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하이브가 플랫폼 기업을 표방, IT 계열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엔터 출신들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아울러 레이블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조가 과한 경쟁을 부추기고 수익성 증대에만 치중하는 전략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너지를 필요로 하는 엔터 업계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민 대표 역시 어도어로 자리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쏘스뮤직 연습생을 선발해 갔고, 하이브의 지분이 투입됐음에도 한 가족이라는 생각 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걸었다. 결국 제 살 깎아 먹기, 편 가르기 식의 경쟁을 면할 수 없었고, 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음이 분명하다.
하이브만 '멀티 레이블 체제'를 쓰고 있는 건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아티스트별로 본부를 두어 운영하고 있고, SM엔터테인먼트도 이수만이 떠난 뒤 멀티 프로덕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하이브는 각 기획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둔 만큼 이들에 비해 패밀리십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단순한 멀티 체제가 아닌, 특수성에 맞춰 소통을 강화한 보다 친화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브는 이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지원 CEO는 "멀티 레이블을 완성해 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면서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사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민 대표의 측근들로 이루어져 레이블 중에서도 특히 독자적으로 운영된 레이블 중 하나였다. 이에 협업해야 하는 파트에서는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민 대표 측이 아일릿에 대해 직접적으로 공격하며 내부 민심은 더 들끓었다. 한 관계자는 "활동 중인 아티스트와 노력하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었다"면서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민심을 아예 잃은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하이브와 어도어는 각각 김앤장, 세종과 손잡고 법정 공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감사의 일환으로 요구한 회사 정보 자산은 반납하지 않았으나, 감사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보냈다. 다만 내용과 관련해 하이브는 "공개할 수 없다. 답변에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시 법률적 조치로 강력히 대응한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어도어는 2021년 하이브의 레이블인 쏘스뮤직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당시 하이브는 어도어에 154억 규모의 투자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레이블의 수장은 K팝 비주얼 디렉터로 이미 역량이 검증된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출신 민희진이 맡았다. 민희진은 이곳에서 대표 직함을 달고 그룹 뉴진스를 키워냈다.
민 대표와 뉴진스는 최상의 시너지를 냈다. 독창적인 콘셉트에 신선한 음악을 공수해 온 민 대표의 감각을 뉴진스 멤버들은 그대로 흡수했다. 데뷔와 동시에 뉴진스는 높은 대중성을 얻었고 글로벌 진출까지 막힘이 없었다. 3개의 타이틀곡을 선보이고, 뮤직비디오도 4편을 제작하는 등 데뷔 때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어도어였다. K팝의 정형성을 깨는 여러 시도와 함께 "역시 민희진"이라는 찬사가 따랐다.
민 대표는 뉴진스라는 팀과 멤버들에 애정이 깊었다. 스스로 '뉴진스 엄마'를 자처할 정도였다. 프로듀서라는 직함을 달고 내놓는 첫 그룹인 만큼 본인의 역량을 쏟아부은 것도 사실이다. 뉴진스는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그래서일까. 민 대표는 각종 여론과 뉴진스의 고유성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진스의 성공 이후 이지 리스닝 장르, 몽환적인 콘셉트 등이 인기를 끌자 '뉴진스 풍' 모방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하이블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나온 신인 아일릿을 보며 폭발했다. 아일릿은 팀을 결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알 유 넥스트?' 포스터가 공개될 당시부터 뉴진스와 묶여 언급됐던 바다. 데뷔 티저가 공개되면서부터는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직접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자 어도어는 '뉴진스 베끼기' 카드를 꺼냈다. 이 과정에서 어도어는 '뉴진스 아류'라는 표현으로 한 지붕 다른 가족인 아일릿을 대놓고 때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잇는다.
한 가요 관계자는 "같은 회사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다. 하이브 레이블 간에 만연하게 퍼져있던 과도한 경쟁 구도가 만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하이브의 운영 철학인 '멀티 레이블 전략'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하이브 표 '멀티 레이블 전략'이 올바르게 가동되지 않는다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하이브가 플랫폼 기업을 표방, IT 계열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엔터 출신들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아울러 레이블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조가 과한 경쟁을 부추기고 수익성 증대에만 치중하는 전략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너지를 필요로 하는 엔터 업계의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민 대표 역시 어도어로 자리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쏘스뮤직 연습생을 선발해 갔고, 하이브의 지분이 투입됐음에도 한 가족이라는 생각 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걸었다. 결국 제 살 깎아 먹기, 편 가르기 식의 경쟁을 면할 수 없었고, 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음이 분명하다.
하이브만 '멀티 레이블 체제'를 쓰고 있는 건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아티스트별로 본부를 두어 운영하고 있고, SM엔터테인먼트도 이수만이 떠난 뒤 멀티 프로덕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하이브는 각 기획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둔 만큼 이들에 비해 패밀리십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단순한 멀티 체제가 아닌, 특수성에 맞춰 소통을 강화한 보다 친화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브는 이를 일정 부분 인정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지원 CEO는 "멀티 레이블을 완성해 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면서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 사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민 대표의 측근들로 이루어져 레이블 중에서도 특히 독자적으로 운영된 레이블 중 하나였다. 이에 협업해야 하는 파트에서는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민 대표 측이 아일릿에 대해 직접적으로 공격하며 내부 민심은 더 들끓었다. 한 관계자는 "활동 중인 아티스트와 노력하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었다"면서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민심을 아예 잃은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하이브와 어도어는 각각 김앤장, 세종과 손잡고 법정 공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감사의 일환으로 요구한 회사 정보 자산은 반납하지 않았으나, 감사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보냈다. 다만 내용과 관련해 하이브는 "공개할 수 없다. 답변에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시 법률적 조치로 강력히 대응한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