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미 대사관 앞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미 대사관 앞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AFP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저강도 반격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이란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예고하고 있어 중동 정세 불안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 170기의 드론과 순항미사일 30기, 탄도미사일 12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가운데 99%를 요격했으나 일부 탄도 미사일이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 떨어졌다.

정치적 고려로 확전 자제

16일 이스라엘타임스 등 현지 외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두 번째 전시내각 회의를 소집해 이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끝에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 세력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칸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당 소속 장관들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에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이스라엘은 이란에 메시지는 보내면서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는 수준의 보복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매체도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낮은 수위의 대응을 선택한 것은 국내외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사망자도 없었는데 해외로 전선을 확대하면 국내에서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분쟁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으로 3만3000명의 사망자를 낸 탓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미국의 도움 없이 중동 국가들의 영공을 통과해 이란 공습 작전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을 위해 숨 고르기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수니파 친미 국가들의 신뢰를 얻어 ‘반(反)이란 연합’ 형성을 노리고 있다. 우디 소머 뉴욕시립대 정치학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1991년 걸프전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반격했다면 사우디와 이집트 등이 연합군에서 이탈해 미군이 곤경에 빠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소머 교수는 “이스라엘은 인내심을 발휘해 훨씬 더 큰 국제적 이익을 얻었고, 오늘날에도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사이버 공격, 테러 작전 등 거론

이스라엘이 언급한 '고통스러운 보복'의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신은 이란 안팎의 무장세력과 군사 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 사이버 공격, 테러 작전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스파이 작전과 비정규군을 활용해 시리아와 레바논 등 제3국의 이란의 자산과 드론 공장 등을 공격하거나 중요 인물을 암살하는 등 ‘그림자 전쟁’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주변국과 동맹을 안심시킨 뒤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스라엘은 1981년에도 요르단과 사우디를 속이고 영공을 통과해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을 공습해 폭파했다. 이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그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