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몸쪽에서 스트라이크 존으로 휘는 변형 슬라이더
2경기 평균자책점 0.75…제2의 페디인가

무시무시한 KIA 네일, 마구 같은 스위퍼…타자도 포수도 깜짝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새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31)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네일은 2024시즌 정규리그 두 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서 '마구' 같은 스위퍼(변형 슬라이더)를 던지며 KBO리그 타자들을 간단하게 제압했다.

지난 달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동안 9개 탈삼진을 곁들이며 5피안타 무볼넷 1실점으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4일 kt wiz전에서 6이닝 5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비자책점)으로 다시 승리 투수가 됐다.

네일이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둔 데는 주 무기인 스위퍼가 큰 역할을 했다.

네일은 KBO리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지저분한' 스위퍼를 던진다.

네일의 스위퍼는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날아가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무섭게 휘어들어 간다.

타자 입장에선 몸으로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 타격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4일 kt전 5회말 선두 타자 장성우와 맞대결은 네일의 스위퍼가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네일은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장성우의 몸쪽에 붙이는 스위퍼를 던졌고, 장성우는 깜짝 놀라며 몸을 뺐다.

그러나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무섭게 휘면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고, 장성우는 혀를 차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날 네일은 투구 수 93개를 기록했고 5가지 구종 중 스위퍼(27개)를 가장 많이 던졌다.

스위퍼의 구속은 시속 133∼138㎞로 변형 직구인 컷패스트볼(시속 135∼144㎞)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타자 입장에선 공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무시무시한 KIA 네일, 마구 같은 스위퍼…타자도 포수도 깜짝
네일의 마구에 깜짝 놀란 건 타자들만이 아니다.

kt전에서 네일의 공을 받은 KIA 포수 김태군은 "네일은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도 좋은데, 스위퍼까지 던지니 위력이 배가 되는 것 같다"며 "특히 스위퍼는 타자 몸쪽으로 날아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네일의 스위퍼는 매우 지저분해서 공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라고도 전했다.

사실 네일은 KIA에 입단하기 전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력과 성적(17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7.40)이 그리 돋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몸값도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35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로 비교적 낮은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네일은 제1선발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윌 크로우가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8.10,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22로 부진한 가운데 네일이 선발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

네일의 활약은 지난해 KBO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에릭 패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연상케 한다.

페디는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타자들에게 생소한 스위퍼를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뒤 MLB로 복귀했다.

KIA 팬 사이에선 "너무 잘하면 MLB에 갈 수 있으니 적당히 잘하길 바란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