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입 일당이 담배 대신 골판지를 채운 가짜 담배상자. 사진=인천지검 제공
밀수입 일당이 담배 대신 골판지를 채운 가짜 담배상자. 사진=인천지검 제공
중국 소상공인(보따리상) 명의로 국내에서 수출용 면세 담배와 양주를 매입한 뒤 이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국내에 유통시킨 일당이 검찰과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정유선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 등 혐의로 30대 중국동포(조선족) A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인도피 혐의로 바지사장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담배와 양주 등 수출용 면세품 77억원어치를 국내로 밀수입하거나 밀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면세 담배 70만갑(37억6000만원 상당)과 면세 양주 1110병(3억6000만원 상당)을 밀수입했으며 나머지 면세 담배 40만갑(35억8000만원 상당)은 밀수입하려다가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A씨 등은 중국인 보따리상 4명 명의로 국내 시내 면세점에서 담배와 양주를 5차례에 걸쳐 대량으로 사들인 뒤 세관 당국에는 홍콩으로 반송 수출하겠다고 신고했다. 반송 수출은 면세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보세구역에서 외국으로 곧바로 수출하는 절차다.

A씨는 그러나 담배와 양주를 반송 수출하지 않았고, 이들 물품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 보세창고에 잠시 보관될 때 창고 주인인 공범 C씨와 짜고 가짜 수출용 상자와 바꿔치기했다. 가짜 상자에는 면세 담배 대신 골판지나 생수를 채워 면세품 수출용 상자와 비슷하게 모양이나 무게를 맞췄다.

A씨는 공범들이 지난해 11∼12월 세관 당국의 수사를 받자 B씨에게 4000만원을 주고 주범 행세를 하게 했고, B씨는 인천공항세관에 거짓 자술서를 제출하고 허위 자백을 하기도 했다.

앞서 인천공항세관은 C씨 등 일당 3명을 지난해 5월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창고 폐쇄회로(CC)TV 화질을 개선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 지난 2월 이들을 모두 구속했다. 또 주범인 A씨를 지난달 11일 체포해 구속한 뒤 범인도피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검찰은 밀수품 가운데 면세 담배 31만갑과 면세 양주 960병을 압수했으며 A씨 일당의 차량 7대 등 1억4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보전을 통해 동결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천공항세관과 체계적인 공조 수사를 통해 범행 전체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