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의 신비 분화구 살리자…"삼나무 간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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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전 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 "나무가 오름 능선미 차단"
마을 공동목장 목축 시스템, 국가 농업유산 지정 제안도 나와 제주의 오름 분화구 주변에 무절제하게 심어진 삼나무와 소나무를 과감히 간벌해 고유의 능선미를 살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름은 한라산 형성 전후 시기에 한 번의 분화 활동으로 생성된 단성화산(單成火山)이다.
서재철 전 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은 지난 15일 '제주오름경관,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13회 서귀포 봄맞이 축제 시민포럼에서 '제주오름,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서 전 회장은 "제주인의 삶의 터전인 오름이 30여년 전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해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오름에 무절제하게 심은 삼나무와 소나무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삼나무는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어 오름이 지닌 고유한 능선미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를 찾은 많은 사람이 오름과 밭담을 보며 '제주 섬은 선이 아름다운 섬'이라 했는데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로 밭담의 정취는 막혀있고, 인공조림 한 삼나무로 오름의 능선미는 사라진 채 시커먼 산만 우두커니 서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름에 빽빽이 심은 삼나무를 과감히 간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 "특히 오름 정상 분화구 주변 나무들을 빨리 잘라내 분화구 형태를 살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제언했다.
서 전 회장은 "분화구는 오름에 신비감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현재 대부분 오름 분화구는 나무들이 너무 자라 경관을 막고 있고 몇몇 오름은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온 안봉수 서귀포시 마을만들기포럼위원장은 "시범적으로 한두 개 오름을 정해 삼나무와 가시덤불을 제거해보고 경관에 도움을 주고 생태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으면 조금씩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안 위원장은 "준비를 잘하고 따라비오름에 옛날과 같은 방식의 방앳불을 붙이고 큰사슴이오름 앞 너른 목장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는 축제를 해볼 수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며 오름의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했다.
'방앳불'은 '들에 불을 놓는다'는 뜻의 제주어로, 불 놓기를 하면 묵은 풀을 제거해 새 풀이 잘 돋아나게 하고 진드기 등의 해충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오름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은 '제주오름의 목축경관'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2019년 대한지리학회에 실린 박정재, 진종헌의 논문 '제주 중산간 지역의 과거 경관 변화와 인간 그리고 오름의 환경사적 의미'를 근거로 오름의 옛 모습을 설명했다.
제주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의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고려시대인 1150∼1300년에 농경과 목축에 의한 불 놓기가 증가했으며, 특히 원나라가 제주에서 말을 키우는 탐라목장을 운영할 당시인 1250년에 불놓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후 조선이 제주에 국마장(國馬場)을 설치할 때인 1450년대에도 불 놓기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불을 놓아 나무를 제거하고 목장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소나 말 등을 방목했던 예부터 오름에는 나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대대적인 인공조림이 시작되기 전인 1967년 물영아리 오름의 항공사진을 보면 나무가 거의 없어 뚜렷한 능선을 볼 수 있다.
강 연구원은 "가장 제주도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므로 세계적인 제주도의 문화를 발굴, 계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을 공동목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목축 시스템을 국가 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면 국가로부터 목축 경관의 가치를 인정받게 돼 목축 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라든지 여러 가지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서귀포시 정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그동안 오름과 관련 훼손과 보존의 관점에서만 논의했다면 이제 경관과 조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담론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연합뉴스
마을 공동목장 목축 시스템, 국가 농업유산 지정 제안도 나와 제주의 오름 분화구 주변에 무절제하게 심어진 삼나무와 소나무를 과감히 간벌해 고유의 능선미를 살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름은 한라산 형성 전후 시기에 한 번의 분화 활동으로 생성된 단성화산(單成火山)이다.
서재철 전 제주도박물관협의회장은 지난 15일 '제주오름경관,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13회 서귀포 봄맞이 축제 시민포럼에서 '제주오름,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서 전 회장은 "제주인의 삶의 터전인 오름이 30여년 전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해 지금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오름에 무절제하게 심은 삼나무와 소나무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삼나무는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어 오름이 지닌 고유한 능선미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를 찾은 많은 사람이 오름과 밭담을 보며 '제주 섬은 선이 아름다운 섬'이라 했는데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로 밭담의 정취는 막혀있고, 인공조림 한 삼나무로 오름의 능선미는 사라진 채 시커먼 산만 우두커니 서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름에 빽빽이 심은 삼나무를 과감히 간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면서 "특히 오름 정상 분화구 주변 나무들을 빨리 잘라내 분화구 형태를 살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제언했다.
서 전 회장은 "분화구는 오름에 신비감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현재 대부분 오름 분화구는 나무들이 너무 자라 경관을 막고 있고 몇몇 오름은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온 안봉수 서귀포시 마을만들기포럼위원장은 "시범적으로 한두 개 오름을 정해 삼나무와 가시덤불을 제거해보고 경관에 도움을 주고 생태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으면 조금씩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안 위원장은 "준비를 잘하고 따라비오름에 옛날과 같은 방식의 방앳불을 붙이고 큰사슴이오름 앞 너른 목장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는 축제를 해볼 수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며 오름의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했다.
'방앳불'은 '들에 불을 놓는다'는 뜻의 제주어로, 불 놓기를 하면 묵은 풀을 제거해 새 풀이 잘 돋아나게 하고 진드기 등의 해충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오름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은 '제주오름의 목축경관'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2019년 대한지리학회에 실린 박정재, 진종헌의 논문 '제주 중산간 지역의 과거 경관 변화와 인간 그리고 오름의 환경사적 의미'를 근거로 오름의 옛 모습을 설명했다.
제주 물영아리 오름 분화구의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고려시대인 1150∼1300년에 농경과 목축에 의한 불 놓기가 증가했으며, 특히 원나라가 제주에서 말을 키우는 탐라목장을 운영할 당시인 1250년에 불놓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후 조선이 제주에 국마장(國馬場)을 설치할 때인 1450년대에도 불 놓기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불을 놓아 나무를 제거하고 목장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소나 말 등을 방목했던 예부터 오름에는 나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대대적인 인공조림이 시작되기 전인 1967년 물영아리 오름의 항공사진을 보면 나무가 거의 없어 뚜렷한 능선을 볼 수 있다.
강 연구원은 "가장 제주도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므로 세계적인 제주도의 문화를 발굴, 계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을 공동목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목축 시스템을 국가 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면 국가로부터 목축 경관의 가치를 인정받게 돼 목축 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이라든지 여러 가지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서귀포시 정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그동안 오름과 관련 훼손과 보존의 관점에서만 논의했다면 이제 경관과 조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담론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