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0억개' 택배 쓰레기 줄여야 하지만…현실의 벽에 규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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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당 연간 택배 78개…택배 쓰레기만 매년 수백만t 달할 듯
규제 제품 1천만종·소비자가 신고해야 단속…"세밀하게 설계했어야" 정부가 내달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시행하되 계도기간을 부여해 2년간 단속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또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당위성만 가지고 섣부르게 규제를 도입하면서 세밀하게 설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연간 택배량 40억개…관련 폐기물 수백만t
오는 4월 30일부터 시행되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은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이고 횟수는 1차례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2018년부터 법제화가 추진돼 2022년 4월 30일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명시됐다.
현재는 2년간의 준비기간이다.
'택배사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한 터라 규제가 그대로 시행되면 여파가 어마어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개에서 2022년 41억2천300만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경부는 작년 물동량을 40억2천329만개로 추산했는데 이를 주민등록 인구(5천130만여명)로 나누면 1명당 한 해 약 78개 택배를 주고받은 셈이 된다.
한 해 수십억개에 달하는 택배 때문에 발생하는 폐기물량도 엄청나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통상 택배 상자와 같은 수송 포장재를 비롯한 포장폐기물이 전체 생활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량 기준으로 30%, 부피 기준으로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택배에 많이 쓰이는 골판지상자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2천918곳, 골판지 포장 생산량은 66억1천100만㎡이다.
골판지 포장 원재료인 골판지원지 국내 사용량은 533만2천여t에 이른다.
택배에 쓰인 골판지 상자들이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면 한해 수백만t씩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상자로 택배를 보낼 때 1회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835.1g에 달한다.
◇ 택배 쓰레기 감축엔 동의하지만…'현실성 없는 규제' 비판
택배 탓에 발생하는 쓰레기가 워낙 많으니 이를 감축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업계도 택배 과대포장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많다.
환경을 위해서뿐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일률적 규제는 이행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었다.
환경부는 규제를 그대로 시행하면 규제를 적용받은 유통업체가 132만곳, 제품 종류가 1천만개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택배로 오가는 물품이 다양한데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환경부와 업계 사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환경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예외를 다수 규정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예외가 식품 배송 시 신선도 유지를 위한 보냉재로, 보냉재는 포장공간비율 산출 시 제품 일부로 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많은 예외가 많은 '꼼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냉재를 제품 일부로 간주한다면 식품 배송 시 제품에 꼭 맞는 상자를 쓰는 대신 상자 빈 곳을 보냉재로 채워서 포장공간비율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실질적으로 규제를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에 예외를 설정한 것"이라면서 "예외가 너무 광범위해서 규제가 무의미해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해명했다.
규제의 이행 가능성을 고려해 계도기간과 예외를 설정했다는 환경부 설명을 받아들여도 애초에 세밀하게 규제를 설계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은 남는다.
규제가 도입된 2022년에도 택배량 등 여건은 지금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택배를 받은 소비자가 신고해야지만 단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규제 설계 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으로 꼽힌다.
앞서 환경부는 업계에 "개별 업체를 방문해 지도·점검하지는 않으며 택배를 받은 사람의 신고로 지도·점검이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 내에서도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에 따라 2018년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이후 폐기물 감축 정책이 빠르게 수립되면서 '과잉 입법'이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이다.
환경규제에 관해서는 선도적인 유럽연합(EU)도 2030년부터 제품과 택배 포장의 공간을 4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이사회가 최종 검토하는 단계다.
◇ 현 정부 일회용품 규제 연이어 완화
일회용품 규제는 현 정부 들어 잇따라 느슨해지고 있다.
일회용 컵 사용량과 회수량을 늘리기 위한 보증금제는 제주와 세종으로 시행지가 축소되면서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된다.
식당과 카페에서의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철회되거나 무기한 계도기간이 부여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2년간 환경부와 업계가 27차례 간담회를 했는데도 (규제를 이행할) 준비를 못했다면 환경부의 직무유기"라면서 "준비가 됐는데도 업계 요구로 포기했다면 환경정책 포기"라고 지적했다.
이날 택배 과대포장 규제 계도기간 부여와 중소업체 제외 발표는 공교롭게도 2030년까지 '전국 24시간 택배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민생토론회와 같은 날 이뤄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로 연관돼 검토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계획과 택배 과대포장 규제가 서로 상충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규제 제품 1천만종·소비자가 신고해야 단속…"세밀하게 설계했어야" 정부가 내달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시행하되 계도기간을 부여해 2년간 단속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또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당위성만 가지고 섣부르게 규제를 도입하면서 세밀하게 설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연간 택배량 40억개…관련 폐기물 수백만t
오는 4월 30일부터 시행되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수송하기 위한 일회용 포장'은 포장공간비율이 50% 이하이고 횟수는 1차례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2018년부터 법제화가 추진돼 2022년 4월 30일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명시됐다.
현재는 2년간의 준비기간이다.
'택배사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택배로 물건을 주고받는 일이 일상으로 자리한 터라 규제가 그대로 시행되면 여파가 어마어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개에서 2022년 41억2천300만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환경부는 작년 물동량을 40억2천329만개로 추산했는데 이를 주민등록 인구(5천130만여명)로 나누면 1명당 한 해 약 78개 택배를 주고받은 셈이 된다.
한 해 수십억개에 달하는 택배 때문에 발생하는 폐기물량도 엄청나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통상 택배 상자와 같은 수송 포장재를 비롯한 포장폐기물이 전체 생활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량 기준으로 30%, 부피 기준으로는 50%에 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택배에 많이 쓰이는 골판지상자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2천918곳, 골판지 포장 생산량은 66억1천100만㎡이다.
골판지 포장 원재료인 골판지원지 국내 사용량은 533만2천여t에 이른다.
택배에 쓰인 골판지 상자들이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면 한해 수백만t씩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상자로 택배를 보낼 때 1회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835.1g에 달한다.
◇ 택배 쓰레기 감축엔 동의하지만…'현실성 없는 규제' 비판
택배 탓에 발생하는 쓰레기가 워낙 많으니 이를 감축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업계도 택배 과대포장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많다.
환경을 위해서뿐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일률적 규제는 이행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었다.
환경부는 규제를 그대로 시행하면 규제를 적용받은 유통업체가 132만곳, 제품 종류가 1천만개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택배로 오가는 물품이 다양한데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환경부와 업계 사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환경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예외를 다수 규정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예외가 식품 배송 시 신선도 유지를 위한 보냉재로, 보냉재는 포장공간비율 산출 시 제품 일부로 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많은 예외가 많은 '꼼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냉재를 제품 일부로 간주한다면 식품 배송 시 제품에 꼭 맞는 상자를 쓰는 대신 상자 빈 곳을 보냉재로 채워서 포장공간비율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실질적으로 규제를 이행하기 어려운 부분에 예외를 설정한 것"이라면서 "예외가 너무 광범위해서 규제가 무의미해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해명했다.
규제의 이행 가능성을 고려해 계도기간과 예외를 설정했다는 환경부 설명을 받아들여도 애초에 세밀하게 규제를 설계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은 남는다.
규제가 도입된 2022년에도 택배량 등 여건은 지금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택배를 받은 소비자가 신고해야지만 단속이 가능하다는 점도 규제 설계 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으로 꼽힌다.
앞서 환경부는 업계에 "개별 업체를 방문해 지도·점검하지는 않으며 택배를 받은 사람의 신고로 지도·점검이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 내에서도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에 따라 2018년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이후 폐기물 감축 정책이 빠르게 수립되면서 '과잉 입법'이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이다.
환경규제에 관해서는 선도적인 유럽연합(EU)도 2030년부터 제품과 택배 포장의 공간을 4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이사회가 최종 검토하는 단계다.
◇ 현 정부 일회용품 규제 연이어 완화
일회용품 규제는 현 정부 들어 잇따라 느슨해지고 있다.
일회용 컵 사용량과 회수량을 늘리기 위한 보증금제는 제주와 세종으로 시행지가 축소되면서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된다.
식당과 카페에서의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는 철회되거나 무기한 계도기간이 부여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2년간 환경부와 업계가 27차례 간담회를 했는데도 (규제를 이행할) 준비를 못했다면 환경부의 직무유기"라면서 "준비가 됐는데도 업계 요구로 포기했다면 환경정책 포기"라고 지적했다.
이날 택배 과대포장 규제 계도기간 부여와 중소업체 제외 발표는 공교롭게도 2030년까지 '전국 24시간 택배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민생토론회와 같은 날 이뤄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로 연관돼 검토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계획과 택배 과대포장 규제가 서로 상충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