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수장, 러시아에 "반대 목소리 탄압 중단하라"
美·EU 등 43개국 "나발니 사망 독립적 국제조사" 촉구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등 43개국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의 궁극적 책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독립적인 국제 조사를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과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 캐나다, 노르웨이 등 43개국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CR) 회의에서 최근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급사한 나발니의 사인에 대한 국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테 크누센 EU 대사는 43개국을 대표해 "우리는 나발니의 죽음에 분노하고 있다.

그 죽음의 궁극적 책임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크누센 대사는 이어 "러시아 정치 수뇌부와 당국은 책임을 추궁당해야 한다"면서 "러시아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국제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러시아에서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억압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러시아 시민사회에 대한 당국의 단속에 우려를 표하고 인권 행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를 이유로 구금된 정치범과 인권 운동가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말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이 그가 받은 박해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고 말했다.

투르크 최고 대표는 또한 러시아 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반대 의견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이번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국이 반대 목소리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여러 후보가 행정적 비리 혐의로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러시아에 "독립적인 목소리와 그들을 대표하는 법조인에 대한 억압을 즉각 중단하고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한 결과로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사례를 신속하고 포괄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나발니는 극단주의 혐의 등으로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달 16일 갑자기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은 이달 1일 모스크바 남동부 한 외곽 교회에서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몰린 가운데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