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투표로 연금인상 찬성, 정년연장 반대…재원 논란
스위스가 연금 제도 운용에 관해 민의를 물은 결과 연금 인상에는 찬성, 정년 연장에는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내용의 발의안을 두고 3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58.2%의 찬성으로 발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노동조합 연맹이 제안하고 사회민주당 등이 발의를 주도한 이 방안은 1년에 12번 지급하던 연금에 1차례 더 연금을 추가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입법을 제안한 노조 측은 투표 결과를 환영했다.

피에르 이브 마이야르 스위스 노조연맹 회장은 "투표 결과는 평생을 일해온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멋진 메시지"라며 "스위스의 민주주의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투표에서 고령화 속 연금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도 찬반 표결이 이뤄졌다.

급진 자유당이 제안한 이 발의안은 모든 스위스 국민의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투표는 74.5%라는 압도적 반대표로 부결됐다.

연금을 증액하되 지급 시기를 늦추지는 말자는 게 이날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민의다.

스위스 국민투표를 통과한 법안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된다.

스위스 의회와 연방정부는 연금 운용 방향에 관한 민의를 확인했지만, 재원 조달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산업계의 입법 로비 단체인 이코노미스위스의 모니카 뤼엘 이사는 공영방송 RTS에 "연금 증액 찬성표가 많아 놀랐다"면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여 공제를 늘리거나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거나 연방정부의 기여금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그럴 수 있다고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파 정당에서는 국민투표 전 연금 재원 등 쟁점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위스 국민당의 셀린 아마우드루즈 연방 하원의원은 연금 증액안이 통과된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할 수밖에 없다"며 "발의안에 대한 구체적인 반대 제안이 분명히 필요했지만 우리는 그저 반대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을 발의했던 급진 자유당 측도 발의안 부결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급진 자유당은 성명을 통해 "오늘 두 개의 투표 결과를 합치면 연금 제도의 미래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셈"이라며 "고령화 속에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일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건 비겁한 일이며 정부와 의회가 혁신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