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에 둘러싸인 삼성물산, 주총서 호소 통할까 [이슈N전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앵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에 부딪힌 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표대결에 간다 해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승산은 없어 보이는데, 주가가 계속 오르는 이유 유주안 기자와 함께 살펴보죠. 먼저 행동주의펀드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요?
<기자>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 등 5개 국내외 헤지펀드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이들은 삼성물산에 대해 올해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과, 보통주 4500원 우선주 4550원씩 총 7400억원을 배당, 총 1조2364억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하기로 한 주당 2550원(보통주 기준) 배당과 큰 차이가 나는 수준입니다.
헤지펀드들이 지분이 충분하지 않을때 서로 연합해서 하나의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에 나서 걸 울프팩, 늑대떼 전략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1.46%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최근 공시를 통해 다음달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측의 배당안과 행동주의 펀드 측 배당안을 포함한 안건들에 대해 주주들의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삼성물산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죠?
이미 지난 1월말 삼성물산은 강력한 주주환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자사주 가운데 우선주는 올해 안에 보유물량 전량을 소각하고, 보통주는 3년에 걸쳐 전량 소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 주당 최소 2천원씩 배당을 할 예정인데, 계산해보면 매년 7~8천억원 정도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셈입니다.
행동주의 펀드 요구는 이를 훌쩍 넘어서고 있고요 삼성물산은 "이들이 제안한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2천364억원으로 2023 년 뿐만 아니라 2024년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런 규모의 현금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라며 다른 주주들이 삼성물산 편에 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앵커> 행동주의 펀드가 사실상 표대결로 가도 승산은 없어보이는데, 노리는 게 무엇인가요?
<기자> 행동주의 펀드 지분이 1%대인데 비해 이재용 회장 등 13인, 자사주, 우호세력인 KCC 등 지분이 합쳐 55%를 넘어가기 때문에 표대결로는 승산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삼성그룹의 입지와,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사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표대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됩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승계에 유리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억지로 내렸다, 라는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으로 부터 무죄 판단을 받은 상황에서 적극적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있고,
이 시기와 맞물려 기존 5년 간 소각하기로 했던 자사주 소각기간을 3년으로 대폭 줄이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이 예상 이상으로 속도감 있게 변하는 모습이며, 늦어도 자사주 소각이 끝나는 3년 안에 새로운 추가적 환원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또한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총수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데, 현 30.89%에서 전량 소각한 이후에는 35.6%까지 올라갑니다. 배당 등 주주환원을 높이는 건 다른 주주뿐 아니라 대주주 이익에도 부합합니다.
<앵커> 이달 내 발표 예고된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 역시 삼성물산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