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해방구' 사라지나…시장도 피닉스오픈 음주 규제 요청
다른 골프 대회와 달리 음주 응원, 야유와 고성방가가 허용돼 대회 내내 수십만명이 입장해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골프 해방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이 내년부터 조용해질지도 모른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대회가 끝난 뒤 대회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는 지나치게 무질서하고 방종이 도를 넘었다며 내년부터는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방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관람석에서 관객이 추락해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가 하면 일시적으로 술 판매를 중단하자 관객들이 단체로 항의하다가 코스에 난입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벌어졌고, 선수들은 지나친 야유와 시도 때도 없이 질러대는 고함에 "닥치라"고 관객을 윽박지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대회를 주최하는 법인 썬더버드의 대표 챈스 코즈비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대회는 최근 7년 동안 5번이나 최고의 대회로 뽑힐 만큼 독특하고 사랑받는 대회였지만 이번에는 선수도 팬도 좋아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대책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술 판매 금지와 입장객 제한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대회 같은 방종과 무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스코츠데일시 당국도 썬더버드에 대책을 요구했다.

스코츠데일 경찰은 이번 대회 때 경기장에서 체포된 사람이 54명에 이르고 쫓겨난 사람은 211명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은 2022년에는 한명도 없었고 작년에도 18명에 불과했다.

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 역시 2022년 90명, 작년 102명이었지만 올해는 두배 넘게 늘었다.

2022년 14명, 작년 41명이었던 경기장 무단 진입 건수도 올해는 73건으로 폭증했다.

경찰이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성년자 음주도 적지 않았다.

스코츠데일 경찰을 지휘 감독하는 데이비드 오르테가 스코츠데일 시장은 "자랑스러운 전통이 훼손되지 않도록 썬더버드가 내년부터는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잔디 위에서 열리는 지상 최대의 쇼'라는 찬사와 함께 팬과 선수 모두에게 사랑받던 피닉스 오픈의 자유롭게 발랄한 관람 문화가 일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