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연일 선관위 압박…선관위 '투표 대기시간 증가' 이유로 불가입장 고수
민주당 "與 대표가 선거관리 불신 조장…선거 불복 포석 아닌가"
與 "사전투표 관리관 도장 직접 찍어야"…선관위 "유권자 불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전투표만 관리관 직인을 미리 인쇄한 투표용지를 유권자에게 교부하는 방식에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선거일에는 관리관이 투표장에서 직접 투표용지에 직인을 찍는데, 사전투표는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한 위원장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번 4·10 총선에서는 사전투표 용지에 관리관 직인을 인쇄해 교부해선 안 되고, 법에 규정된 대로 관리관이 투표장에서 직접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하지 못하는 사전투표 구조상 직접 날인은 대기시간 증가 등 유권자 불편을 초래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관리관 인쇄 직인'이 적법하다고 결정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 용지 출력방식 달라 본투표 '직접 날인' 사전투표 '인쇄 날인'
사전투표는 본투표일 전 유권자가 주소지와 관계 없이 전국 어디서든 사전투표소를 방문해 미리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올해 총선 본투표는 4월 10일, 사전투표는 본투표 직전 금∼토요일인 4월 5∼6일 진행된다.

사전투표소를 방문한 유권자는 신분증을 제시해 본인 확인을 받은 뒤 본인 주소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를 현장에서 바로 받아 투표하게 된다.

본투표에서는 투표용지에 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는데, 사전투표는 투표용지에 관리관 직인이 인쇄돼 출력된다.

본투표는 모든 유권자가 자기 주소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기에 해당 지역구의 후보자와 정당이 적힌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해놓을 수 있지만, 사전투표는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의 주소지가 모두 다르기에 그때그때 투표용지를 인쇄해야 한다.

관리관 도장 날인 방식의 차이는 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선관위는 설명한다.

본투표에서는 이미 인쇄된 투표용지에 100매 단위로 관리관 도장을 미리 찍어놓을 수 있다.

반면, 사전투표에서는 이렇게 도장을 미리 찍어둘 수 없다.

여러 대의 투표용지 발급기에서 서로 다른 용지가 계속 출력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58조 3항은 '사전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 발급기로 해당 선거의 투표용지를 인쇄해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련번호를 떼지 않고 회송용 봉투와 함께 선거인에 교부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사전투표소에서 관리관이 돌아다니며 여러 대의 발급기에서 출력된 투표용지에 매번 도장을 찍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2014년 사전투표 도입 때부터 직인 인쇄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공직선거관리규칙 84조 3항에 '관리관 도장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도 뒀다.

與 "사전투표 관리관 도장 직접 찍어야"…선관위 "유권자 불편"
◇ 與 "법대로 해야", 선관위 "대기시간 늘어나 투표 못 할 수도"
한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의 주장은 공직선거법 158조 문구 그대로 사전투표 때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건 실제로 꼭 도장을 찍어야 한다.

사전투표 관리관이 그 정도 책임성도 없이 사전투표를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3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본투표에서도 하고 있는 것을 똑같은 효력이 있는 사전투표에서 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은 국민이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국민의힘 공정선거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도 지난해 말 선관위와의 회의에서 '사전투표 관리관 인쇄 직인이 아닌 실제 도장 날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지난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사전투표용지에 직인이 이미 인쇄돼 있기에 특정 후보에 기표한 용지를 대량으로 만들어 투표함에 넣는 식의 부정선거가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여권은 법에 규정된 절차를 그대로 따라 이런 우려를 차단하고 선거 무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선관위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현실적으로 직접 날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참여율이 높아 안 그래도 혼잡한 사전투표소에서 관리관이 직접 날인할 경우 투표 절차가 길어지고 유권자 대기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수천 명이 방문하는 사전투표소에서 관리관 직접 날인 방식을 쓰면 유권자 대기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았다가 투표를 못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대법원이 2019년과 2020년, 2021년 사전투표 관리관 인쇄 날인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헌재 역시 2023년 적법 판정을 내렸기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사전투표용지 발급 수는 개표 과정에서 다시 확인하기 때문에 부정선거 의혹 제기자들이 주장하는 '대량 조작'도 불가능하다고 선관위는 강조했다.

與 "사전투표 관리관 도장 직접 찍어야"…선관위 "유권자 불편"
◇ 野, 與 주장에 "불신 조장 한심…사전투표 음모론"
야권에서는 여권의 선관위 압박이 사전투표 신뢰성과 참여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젊은 층, 직장인 등이 많이 참여하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진영에 불리하다는 게 통상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공정선거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은 당연하다"면서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했던 사전투표 결과가 총선에서도 대동소이할 것 같으니 미리 선거 불복을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 대표가 있지도 않은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해 선관위의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니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사전투표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들이 이긴 선거의 사전투표는 정상적이고 질 때 사전투표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전날 한 위원장을 향해 "21대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믿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 아닌가"라며 "혹시 사전투표 음모론자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있음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냥 어르신들 불안감 조장해서 선거 치르자는 이야기"라며 "음모가 아니라 정책으로 선거를 치르자"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