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 등급 하락으로 가공 복잡해져"…국지성 호우 영향 채굴 감소도 원인 지목
구리 세계 최대 공급국 칠레 생산량 20년만 최저…가격상승 압박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남미 칠레의 지난해 구리 생산량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칠레구리위원회(Cochilco) 전자공시시스템 정보를 보면 2023년 칠레 구리 생산량은 약 525만t으로, 2022년(532만t) 대비 약 1.4% 감소했다.

이는 칠레구리위원회가 관련 공식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03년 생산량은 492만t이었다.

또 2019년 578만t, 2020년 573만t, 2021년 526만t 등 최근 수년 새 이어진 생산량 하락세가 반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칠레구리위원회는 대체로 2월에 전년도 생산량 집계 수치를 발표한다.

2023년 생산량 역시 전날 공개됐다.

지난해 생산량 감소는 칠레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구리 업체로 꼽히는 코델코(Codelco)의 생산 부진과 직결돼 있다.

코델코는 142만t의 구리를 생산해 공급했는데,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이다.

현지에서는 생산량 감소 원인으로 구리 광석과 관련한 구조적 문제와 코델코 수익성 체질 개선 프로젝트 지연 등을 꼽는다.

앞서 코델코는 지난해 초 월간 구리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는 집계를 발표한 적 있는데, 그 원인으로 폭우를 꼽았다.

국지성 호우로 조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줄었고, 이에 따라 구리 광석 채굴 자체가 어려웠다는 설명이었다.

국제 자문 업체 반타스그룹의 다니엘라 데소르모 이사는 최근 현지 일간지 라테르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예전보다 더 단단한 광석이 요 몇 년 새 주로 채굴되면서, 제련 등 가공이 더 복잡해졌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전과 같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광석이 있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구리 추출 핵심 재료인 황산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칠레구리위원회는 팜파카마로네스와 시에라고르다 등 황산 생산 관련 광산에서의 실적 부진과 부분 폐쇄 등이 향후 구리 생산량 감소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델코는 여기에 더해 광산 시설 개선과 인프라 수명 연장 등 회사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여러 구조 개선 프로젝트가 예산 확보 등 문제로 다소 지연된 것도 생산량 감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막시코 파체코 코델코 이사회 의장(대표)은 지난해 11월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사업은 매우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은 내일 곧바로 회사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칠레의 구리 생산량 감소는 전기차 제조와 전력망 구축 등에 필수 원자재로 꼽히는 구리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HSBC의 폴 블록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공급 관련)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급이 제한될 것이며, 원자재 가격은 과거보다 더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