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정당과 제3지대는 더불어민주당이 5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통합형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한 데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비례대표 의석 47개 중 30개를 지역구 의석수 및 정당 지지율과 연계하는 준연동형제는 소수 정당 입장에서 의석수 확보에 유리하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 지난 총선처럼 비례 의석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싹쓸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성정당 방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것을 직격했다. 이 공동대표는 “기존 양당 독점 정치구조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대화하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준연동형을 유지하려면 위성정당 문제를 미리 해결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거대 양당은 상대를 핑계 삼아 위성정당 설립을 서로 묵인하는 ‘반칙 공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3지대 정당도 위성정당 창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어떤 형태로 선거 위성정당 창당에 임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했고,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민주당은 애초부터 위성정당을 창당할 생각을 하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은 제3지대 입장에선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 국민의힘의 미래한국당이 19석을 가져갔다. 제3지대 입장에선 하나로 합쳐 비례 의석이라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빅텐트’ 구성 동력은 점차 떨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2중대’ 인식을 우려하는 녹색정의당도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긴급 메시지를 통해 “민주당이 준연동형의 취지를 어떻게 온전히 살릴 것인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과의 연대는 또다시 ‘민주당 2중대’로 전락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우리 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돌아오도록 우리만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녹색정의당은 정의당과 녹색당이 지난 3일 합당해 만든 정당이다.

반면 새진보연합은 즉각 민주당의 통합형 비례 위성정당 참여 의사를 밝혔다. 새진보연합은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모여 만든 선거연합이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는 “가장 먼저 민주진보진영의 담대한 연합을 제안해 온 당사자로서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배성수/원종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