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부봉합 별거 아니다 항변에 "기본 지켜야" 일침
'대리수술' 광주 척추병원 의사 3명 항소심도 '면허 취소형'
간호조무사들에게 대리 수술을 시킨 의사들이 항소심에서도 무더기로 '의사면허 취소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평호 부장판사)는 1일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의 모 척추병원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표원장 A(63)씨 등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은 2017~2018년 수술실에서 의사가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 13차례에 걸쳐 수술 봉합 처치 등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3년과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받았다.

이들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대리 수술 행위를 어쩔 수 없는 의료계 현실이고, 이번 사건의 대리수술 행위가 피부봉합에만 그쳤다"라는 논리로 합리화하며 "의사면허 박탈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의료법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무거운 특별조치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하고 특별조치법 적용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리수술' 광주 척추병원 의사 3명 항소심도 '면허 취소형'
또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행위 중 하나인 피부봉합을 맡긴 것은 위험성 여부를 떠나 엄연히 법 위반 사안이라며, 영리 목적으로 간호조무사와 의사가 함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대리 수술 행위는 환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며 "대리 수술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도 없다는 피고인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이유는 생명과 의사를 존중하는 가치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지 의사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관행이라는 이유로 반복하는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되고 기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들은 일명 '의사면허 박탈법'이 시행되기 전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보건범죄특별조치법이나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례에 해당해 확정판결 시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한편 이번 재판과 별도로 A씨는 다른 공범과 함께 마취 전공 원장의 진료실을 무단 침입해 진료를 방해한 혐의(의료법위반 등)로 기소돼 1심 무죄를 받았지만, 이날 항소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돼 100만원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