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며느리 될거니까" 지적장애 母子에 접근해 1억원 사기행각
지적장애를 앓는 40대 남성과 80대 노모가 1억원대 사기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31일 대전 동부경찰서, 대전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 등 3명은 2022년 11월께 지적장애를 앓는 B(47)씨를 대전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우연히 만난 뒤 1년여간 B씨 모자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B씨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해 300만원가량의 명품 가방을 대신 구매하거나, B씨 명의로 대출을 일으킨 뒤 현금을 빼돌렸다.

또 B씨를 데리고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해 7천만원이 넘는 자동차를 구매하게 한 뒤 갈취하고 휴대전화 대리점에 가서 B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개통하게 한 뒤 수시로 소액결제를 진행했다.

A씨는 영업사원들 앞에서 명의자인 B씨를 '이부 오빠'라고 속이거나, 친해 보이는 행동 등을 보이며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씨의 80대 노모에게 찾아가 여자친구, 약혼자라고 속인 뒤 'B씨가 사고를 쳐서 합의금이 필요하다.

취업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돈을 요구해 1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B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한 장애인기관은 B씨가 이들의 주거지 등에서 6개월가량 같이 지내며 지속적인 욕설과 폭언, 세뇌 등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B씨의 누나는 집에 왔다가 남동생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전해 듣고 경찰서를 방문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B씨의 누나는 "40대 여자 2명과 남자 1명이 짜고 동생에게 달방을 얻어준 뒤 감시하고, 폭행·폭언을 일삼는 등 세뇌했다"며 "어머니도 아들과 결혼한다는 여자가 찾아오니 아들 잘되라는 마음에서 돈을 줘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동생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어머니는 본인 잘못이라는 생각에 식음까지 전폐하고 있다"며 "떼인 돈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라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확인했고 현재 A씨 일당의 사기행각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고 있다"며 "피해자 조사가 끝나는 대로 피의자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