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 전 세계 니켈 시장 장악 [원자재 포커스]
지난해 전 세계 니켈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지배력이 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투자자들을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산 저렴한 니켈 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지면서 '니켈 생태계의 다윈주의(적자생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맥쿼리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니켈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190만t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6%에서 작년 55%로 급격히 늘었다. 니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스테인리스강 등의 주요 원자재다.
사진=REUTERS
사진=REUTERS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량이 지난해 니켈의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는 데 있다. 통상 구리, 납, 아연 등 산업용 금속의 공급은 연간 수요 대비 0~2% 높거나 낮은 수준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발 물량으로 인해 지난해 니켈 공급량은 전 세계 소비량 320만t보다 약 8% '과잉 공급'됐던 것으로 추산된다. 맥쿼리의 짐 레논 시장 분석가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비경제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니켈 가격의 지난해 하락률은 43%에 달했다. 현재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니켈 가격은 t당 1만6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수익성 급감으로 호주 등지에서 인도네시아 외 생산업체들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호주 와일루 메탈스, BHP의 니켈 웨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호주 IGO는 18개월여 전에 인수한 코스모스 니켈 광산의 가치를 상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레논 분석가는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곳들에서의 니켈 프로젝트가 계속 좌초되면 인도네시아의 공급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니켈 시장 거래자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주의가 니켈 생태계에 재현되고 있다"며 "군소 생산업체들은 죽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中자본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 전 세계 니켈 시장 장악 [원자재 포커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정부들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붐이 중국 자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스테인리스강 등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니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현재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배터리 및 핵심 소재 담당 부국장 애쉴리 줌발트-포비스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니켈 시장 지배력이 환경은 물론 국가 및 국제 안보에 극심한 위협"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