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하며 얘기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윤 대통령,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하며 얘기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윤 대통령,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윤재옥 원내대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오찬을 했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지 8일, 두 사람이 함께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본 지 6일 만이다. 극한 충돌 직전까지 갔던 여권 내 갈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여권에 따르면 이날 오찬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용산 집무실로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2시간가량 오찬을 했고 오찬 이후에는 37분가량 차담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어 주택, 철도 지하화 등 다양한 민생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특히 금융, 주택, 반도체 등 최근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주제들을 놓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철도 지하화의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우리 도시의 철도가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시 발전을 위해 일부를 지하화하면 소통되고 도시의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체 구간을 지하화할 수 없으면 부분적으로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최근 이어지는 정치인 테러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도 여야 협상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날 오찬을 통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시간의 오찬 후 윤 대통령이 “차 한잔 마시자”고 제안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던 만큼 당정이 당분간 ‘화해 모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김건희 여사 문제나 국민의힘 공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양측은 입을 모았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서로 민생 문제만 논의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당정 갈등이 외부에 드러난 상황에서 더 이상 반목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일종의 휴전을 선언한 상황”이라며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양측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만큼 언제 갈등이 다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윤심’을 내건 후보들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공천받는지에 따라 당정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천은 당에서 한다”고 못 박았다. 이런 우려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정은 충분하게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30일 국무회의 상정을 앞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여당이 의원총회에서 낸 입장이 있고 정부 내에서 모인 입장이 있어 적절한 시점에 그 입장을 발표하고 관련된 정부의 후속적인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입장은 ‘희생당하신 분 유가족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배상하고 지원하겠다. 유가족이 원하는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소람/양길성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