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美 GDP…우리 증시·환율 변수는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와 비교해 3.3% 늘었습니다. 추정치는 2% 증가였지요. 미국은 이 기간동안 고르고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가계지출이 2.8% 상승했고, 기업투자는 1.9%, 정부지출이 3.3% 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4분기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1.7% 올랐습니다. 지난 분기에 2.6% 올랐던 PCE 물가 상승률은 하향 추세를 보였습니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안정적인 물가. 이정도의 숫자가 나오면 미국에서 또다시 골디락스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US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베스 보비노는 "이 두가지 요소가 합쳐져 '수퍼소닉 골디락스'를 확인했다"며 "우리는 연착륙을 기대해왔으며, 오늘 숫자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나 생각해 볼 것은 미국의 좋은 경기가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입니다. 환율 부분에서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좋다는 말은, 달러가 예상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미국의 달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102.2에서 시작해 현재 103.4선을 넘어섰습니다. 우리 원화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은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오는 31일에 있을 미국의 FOMC에서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는 발언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그렇습니다. 관련해 중앙은행들로서는 중동 전쟁 확산으로 언제든 원자재 상승 등 물가 불안 변수가 남아있는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미리 높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하셔야겠습니다. 오늘 유럽의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말만 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3.3% 성장했다는데 우리나라 4분기 경제성장률은 어땠을까요. 25일 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4분기 GDP는 0.6% 증가했습니다.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 숫자입니다. GDP 지표가 나온 날,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이 1.9%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2% 초반보다 낮은 숫자를 제시한 겁니다. 부동산 PF 부실 등 실물경제 둔화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너무 괜찮았던 미국의 경제와 상대적으로 불안한 우리 경제, 이 두 가지를 합쳐보면 우리 환율과 경제에 대한 방향성 하나가 나오겠고요. 또 하나의 변수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중국입니다.

왜 이번달 미국, 일본 증시 좋았는데 우리나라 증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을까요.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야기 많이 들려왔지만, 조금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살펴봐야겠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의 원화와 증시를 중국 위안화와 경제와 같은 궤도에 놓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와 위안화 상관계수가 0.96까지 올라왔습니다. 위안-달러 환율이 1%p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이 0.44%p 올랐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지요. 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기 직전인 22일까지, 미국 S&P 500 지수가 연초 대비 3% 정도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7.2% 하락했습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이 기간 동안 7.3% 내렸지요.

중국 정부가 이번주부터 내놓은 지급 준비율 인하와 같은 경제·증시 부양책은 그래서 우리에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직 아닙니다. 시장에선 중국의 현재 증시 부양책이 과매도 구간에서 나온 임시방편이고,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차이나 디스카운트' 역시 지속할 수 있다는 불안감 섞인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에서 대규모 재정정책을 단행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에서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 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