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수용 줄어" 주장…인권위 "경찰 인식 매우 우려"
경찰 인권위 권고 수용률 반토막…내부엔 "업무 개선" 홍보(종합)
경찰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며 직전 5년간과 비교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경찰청은 이를 '적극적 법 집행의 저해 요소를 개선했다'며 내부 성과로 홍보했다.

공권력 편의를 위해 인권을 배척하는 처사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감사관실은 최근 경찰 내부게시판(폴넷)에 '적극적 법 집행 지원을 위한 감사기능 업무개선 성과 분석 결과'라는 글을 올렸다.

감사관실은 이 글에서 작년 8월 감사기능 업무 중 적극적 법 집행의 저해 요소로 지적된 세 가지 항목의 6개월간 이행 정도를 점검한 결과를 공유했다.

세 가지 항목은 ▲ 국가인권위 권고의 무조건적 수용 ▲ 불만민원·비난보도에 감찰 선개입 관행 ▲ 물리력 행사 관련 적극행정 면책 강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경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2018∼2022년 96.1%에서 지난해 8∼12월 57.1%로 39.0%p 하락했다.

불수용 사례로는 피켓 시위를 하는 금속노조 지회장의 머리를 누르고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과 관련한 공권력 남용 직무교육 권고, 체포 과정에서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데 대한 주의 및 직무교육 권고 등이 언급됐다.

감사관실은 "해당 관서에서 전적으로 판단하던 인권위 권고 수용 여부를 본청 차원에서 검토·지원해 관행적인 권고 수용 사례가 대폭 줄었다"고 주장했다.

감사관실은 또 올해 치안성과지표에서 '인권위 권고 수용도' 정량지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야 고평가되던 치안성과지표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감사관실은 불만민원·비난보도와 관련해 명백한 비위 등이 아닌 일반 사안은 해당 기능에서 우선 사실확인 및 보고를 하고, 감찰은 필요시 사후 개입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물리력 행사 문제에 대해선 당사자 신청 없이도 의무적으로 '적극행정 면책심사위'를 열어 요건에 해당하면 선제적으로 즉시 면책하도록 했다.

이 글에는 '현장 경찰관들이 당당하고 소신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줬다'는 등의 반기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공권력 편의를 앞세워 인권의 가치를 지나치게 배척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위 권고는 비례성의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선 경찰의 어려움까지도 감안해 이뤄진다"며 "그럼에도 인권위 권고를 '현장 대응의 어려움'이라는 말로 덮으려는 것은 경찰이 인권을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에 봉사하는 '민중의 지팡이'여야 하는 경찰이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을 내팽개치려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감사관실이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 자리를 조직 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2년 단위로 채용하는 경찰청 감사관은 개방형 감사기구장 제도(공공감사법)가 시행된 2010년부터 14년간 모두 감사원 현직이 차지했다.

이를 두고 '감사의 바람막이'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전임 감사관이 이달 초 임기를 마치고 감사원으로 복귀하면서 현재 감사관직은 공석이다.

인사혁신처와 경찰청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기획재정부 출신 인물이 유력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자체 집계한 경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이 경찰청 감사관실이 파악한 수치와 차이가 크다면서 경찰에 유감을 나타냈다.

인권위는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경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91.6%이고 지난해 8∼12월 권고 수용률은 100%"라며 "경찰청 감사관실이 현장 경찰의 법 집행이 인권위의 권고 때문에 저해되고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