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3개월 만에 또 자사주를 사들인다. 최근 3년간 매입 규모가 7000억원에 달하게 됐다. 키움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도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와 실적 악화 등으로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찾기 위한 증권사들의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미래에셋, 자사주 7000억원어치 샀다

실적부진 '고백' 앞두고…자사주 사들이는 증권가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4월 25일까지 보통주 1000만 주, 2우선주 50만 주를 매입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각각 유통주식 수의 약 2.2%, 0.4%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700억원어치다.

이번 결정은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주식 가치를 높이는 등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0월에도 보통주 1000만 주를 매입한다고 했다. 2021년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 공정공시 이후 자사주 취득 발표는 네 번째다. 그동안 취득한 자사주는 6636억원어치다. 이번에 취득하는 물량까지 합하면 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5.15% 오른 7140원에 마감했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취득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향후에도 자사주 매입을 이어갈 뜻을 밝힌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3년간 적용될 주주환원 정책에는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른 곳은 미래에셋증권뿐만이 아니다. LS네트웍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 23일 자사주 매입을 밝혔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577만895주로 637억7416만원 규모다. 이튿날 이베스트투자증권 주가는 3.69% 올랐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이 담긴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매년 배당한다는 내용이다. 11일 발표 후 주가는 15.10% 급등했다.

○“실적 악화 발표 전에 주가 올리자”

증권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손실과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부동산 분야 수익성 악화, 투자은행(IB) 부문 침체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데,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미리 시장 충격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게 증권사들의 심산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미래에셋증권 등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다음주 발표하는 자사주 제도 개편안에는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부국증권(42.7%), 신영증권(36.2%), 대신증권(29.2%) 등 이미 자사주가 많은 증권사도 관심을 받고 있다. 자사주 소각 규모가 클수록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는 더 오른다.

윤아영/김익환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