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강 한파 몰아친 쪽방촌…냉골 바닥서 힘겨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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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외벽 넘어 냉기 그대로…추위 뚫고 공용화장실까지 왕래
"살림 어려워도 기부는 계속"…마을주민 16년째 '아름다운 동행'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친 24일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낮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불면서 마을 곳곳에는 냉기만 맴돌았다.
주민들의 생활 반경은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몸을 겨우 누일 수 있는 전기장판 한 장 크기로 더욱 좁아졌다.
백발의 이모(93)씨는 난로 하나에 의존해 입김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쪽방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다.
기력이 없어 연탄을 때지 못해 방바닥은 얼음장 같았고 바깥에 있는 부엌은 한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이씨를 비롯한 쪽방촌 주민들에게 겨울철 화장실 이용은 큰 불편함 중 하나다.
쪽방촌 대다수 주택은 자체 화장실이 없어 노인들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차디찬 골목을 지나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을 한번 가려면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씨는 사회복지사와 취재진의 방문에 연신 "아이고 고맙네"를 외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씨는 쪽방 바로 옆에 지어진 보금자리주택 입주 대상자였으나 스스로 이사를 원치 않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어르신께선 현재 집을 떠나는 것을 한사코 원치 않으셨다"며 "어쩔 수 없이 저희와 다른 주민들이 최대한 자주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골목골목은 맹추위 속에 우편물을 전하는 집배원의 움직임 말고는 고요하게 멈춰선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김모(79)씨는 방바닥에 겹겹이 이불을 쌓아놓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김씨네 집은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여서 매번 힘들게 연탄을 때고 있다고 했다.
이불 밑은 그나마 옅은 온기가 돌았지만, 얇은 외벽만으로는 외풍을 막지 못해 얼굴과 발이 금세 시려왔다.
김씨는 "이곳에서 자식과 손주를 다 키우고 보니 40년이 흘렀는데 방에 붙여둔 가족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며 "날은 춥고 얼굴은 시려 자꾸 감기에 걸린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그래도 후원 단체의 따뜻한 손길을 버팀목 삼아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쪽방상담소에서는 현재 5명의 직원이 계양구·동구·중구 등지 쪽방 주민 372명을 보살피고 있다.
이들은 넉넉지 않은 지원 속에도 최대한 후원 물품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한파에 대비해 시설 점검을 하며 어르신 안부를 챙긴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인 이곳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땀 흘려 일하고 수입 일부를 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기도 한다.
이곳 쪽방촌 주민들은 올해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221만원을 기부하며 16년째 이웃사랑을 이어갔다.
이들이 기부한 누적 성금은 2천500만원에 달한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폐지와 고철 등을 판매하고 공동작업장에서 볼펜과 샤프를 만들며 모은 돈으로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기자가 쪽방촌을 찾은 24일에도 마을 주민 11명은 자활근로 작업장에 모여 한가득 쌓인 볼펜을 조립하고 있었다.
하루 3시간씩 일하고 받는 돈은 매달 25만원 수준으로 생활비에 보태기도 빠듯하지만, 이들의 값진 기부 활동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정순(72)씨는 "손을 움직여 일하다 보면 활력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14년째 꾸준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에너지 요금 상승과 고물가 등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쪽방촌 주민들의 기부는 2008년 인천내일을여는집 쪽방상담소에서 시작했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노숙인들과 실직자 가정을 지원하고자 해인교회에서 설립했다.
그 시절 '늘 도움만 받아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에 이준모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은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보자고 제안했다.
그해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은 사랑의열매를 찾아 생활비 등을 아껴 모은 성금 63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쉼터, 무료 급식소 이용자 등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염경아 쪽방상담소 소장은 "모금함이 열리는 날이면 어르신들은 주머니에서 1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흔쾌히 넣으신다"며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1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살림 어려워도 기부는 계속"…마을주민 16년째 '아름다운 동행'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친 24일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낮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불면서 마을 곳곳에는 냉기만 맴돌았다.
주민들의 생활 반경은 2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몸을 겨우 누일 수 있는 전기장판 한 장 크기로 더욱 좁아졌다.
백발의 이모(93)씨는 난로 하나에 의존해 입김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쪽방에서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다.
기력이 없어 연탄을 때지 못해 방바닥은 얼음장 같았고 바깥에 있는 부엌은 한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이씨를 비롯한 쪽방촌 주민들에게 겨울철 화장실 이용은 큰 불편함 중 하나다.
쪽방촌 대다수 주택은 자체 화장실이 없어 노인들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차디찬 골목을 지나 공용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을 한번 가려면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씨는 사회복지사와 취재진의 방문에 연신 "아이고 고맙네"를 외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씨는 쪽방 바로 옆에 지어진 보금자리주택 입주 대상자였으나 스스로 이사를 원치 않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어르신께선 현재 집을 떠나는 것을 한사코 원치 않으셨다"며 "어쩔 수 없이 저희와 다른 주민들이 최대한 자주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쪽방촌 골목골목은 맹추위 속에 우편물을 전하는 집배원의 움직임 말고는 고요하게 멈춰선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김모(79)씨는 방바닥에 겹겹이 이불을 쌓아놓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김씨네 집은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여서 매번 힘들게 연탄을 때고 있다고 했다.
이불 밑은 그나마 옅은 온기가 돌았지만, 얇은 외벽만으로는 외풍을 막지 못해 얼굴과 발이 금세 시려왔다.
김씨는 "이곳에서 자식과 손주를 다 키우고 보니 40년이 흘렀는데 방에 붙여둔 가족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며 "날은 춥고 얼굴은 시려 자꾸 감기에 걸린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그래도 후원 단체의 따뜻한 손길을 버팀목 삼아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쪽방상담소에서는 현재 5명의 직원이 계양구·동구·중구 등지 쪽방 주민 372명을 보살피고 있다.
이들은 넉넉지 않은 지원 속에도 최대한 후원 물품을 확보해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한파에 대비해 시설 점검을 하며 어르신 안부를 챙긴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인 이곳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땀 흘려 일하고 수입 일부를 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기도 한다.
이곳 쪽방촌 주민들은 올해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221만원을 기부하며 16년째 이웃사랑을 이어갔다.
이들이 기부한 누적 성금은 2천500만원에 달한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폐지와 고철 등을 판매하고 공동작업장에서 볼펜과 샤프를 만들며 모은 돈으로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기자가 쪽방촌을 찾은 24일에도 마을 주민 11명은 자활근로 작업장에 모여 한가득 쌓인 볼펜을 조립하고 있었다.
하루 3시간씩 일하고 받는 돈은 매달 25만원 수준으로 생활비에 보태기도 빠듯하지만, 이들의 값진 기부 활동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정순(72)씨는 "손을 움직여 일하다 보면 활력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14년째 꾸준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에너지 요금 상승과 고물가 등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쪽방촌 주민들의 기부는 2008년 인천내일을여는집 쪽방상담소에서 시작했다.
인천내일을여는집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노숙인들과 실직자 가정을 지원하고자 해인교회에서 설립했다.
그 시절 '늘 도움만 받아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에 이준모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사장은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보자고 제안했다.
그해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들은 사랑의열매를 찾아 생활비 등을 아껴 모은 성금 63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쉼터, 무료 급식소 이용자 등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점점 늘었다.
염경아 쪽방상담소 소장은 "모금함이 열리는 날이면 어르신들은 주머니에서 1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흔쾌히 넣으신다"며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1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