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영하 34도 혹한에…테슬라 '꽁꽁'

시카고 등 중북부 지역 한파 덮쳐
테슬라 등 전기차 방전으로 수십대 견인
충전소는 사람 몰려…'충전 대란'

17일 시카고 일리노이주 테슬라 슈퍼차저에서 꽁꽁 언 테슬라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일리노이주 등 미국 중북부 지역을 강타한 '북극 한파'로 체감온도가 영하 34도까지 떨어지면서, 시카고 등 일부 지역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방전으로 견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지역 '슈퍼차저'(테슬라 전용 전기차 충전소)에 자동차를 연결해도 차가 충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충전소 일대가 '자동차 무덤'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슈퍼차저 주변은 배터리 방전과 서로 대치하는 운전자들, 거리 밖으로 이어진 긴 줄로 인해 절망의 현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전날 시카고 일대 체감기온은 영하 34도까지 내려갔다.

시카고 거주자인 닉 세티는 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날 아침 자신의 테슬라 차량이 얼어붙어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겨우 차에 탄 뒤 충전소까지 약 8㎞를 이동했으나 이미 12개의 충전기가 모두 사용 중이라 몇 시간을 더 대기해야 했다"며 "테슬라를 계속 소유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테슬라 소유자 역시 시카고 지역 방송 WLS를 통해 "최소 10대의 테슬라 차량이 배터리 방전으로 견인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는 배터리 내 전극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충전이 더뎌진다고 설명했다. 잭 브로워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기계공학 교수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를 매우 추운 환경에서 작동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NYT는 평균 기온이 낮지만 전기차 보급률은 높은 북유럽 국가로 노르웨이를 지목하면서, 미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내 전체 승용차 중 전기차의 비율은 25%가량으로, 최근 몇 년간 충전기 설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왔다. 현재 전기차 소유자의 약 90%가 거주지에 개인 충전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