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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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피부 기관인 '모낭'은 성장기와 퇴행기를 거쳐 모발 생성을 멈추는 휴지기를 갖는다. 휴지기 이후 성장기가 새롭게 찾아와야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데, 이 과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탈모 상태가 된다.

국내 연구팀이 휴지기 상태의 모낭을 성장기로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업계에서 탈모 치료법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 이승희 박사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세포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에 있는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2)를 활성화해 세포 내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모발 성장 주기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이 담긴 그래픽.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이 담긴 그래픽.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그간 학계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가 탈모를 유발한다고 전해진다. ALDH2는 미토콘트리아에 해독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알려진 효소다.

이에 연구팀은 ALDH2 효소가 모발 성장과 산화 스트레스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ALDH2 효소 활성화제를 투입해 휴지기 모낭과 성장기 모낭에서의 세포 활성도 차이를 파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LDH2 효소는 모발을 만드는 모낭의 상피세포층에서 가장 뚜렷하게 발현됐고, 모낭의 성장기에 가장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효소의 활성화 정도가 모낭의 휴지기에는 미미하다가, 성장기로 전환했을 때 증가하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 효소가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팀은 "이어진 실험을 통해 ALDH2 활성화가 모발의 길이 성장을 촉진하고, 모낭의 성장기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ALDH2를 이용해 이미 탈모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미녹시딜'과 유사한 수준의 탈모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녹시딜은 현재 남녀 모두에게 처방되는 탈모 치료제다.

아울러 연구팀은 ALDH2 효소가 안드로겐성 탈모, 노화성 탈모 등 다양한 탈모증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어드벤스드 리서치'(Journal of Advanced Research) 최신 호에 게재됐다.

권 교수는 "ALDH2 활성화가 모낭에 미치는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함으로써 성장기 단계 유도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더 나은 탈모 치료법 개발과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