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럼피스킨 살처분 내역 조사…"고통사 방지 대책 마련하라"
"럼피스킨병 살처분 소 90%가 의식있는 채로 고통사"
지난해 럼피스킨병으로 살처분된 소 10마리 중 9마리꼴로 의식이 있는 채로 고통스럽게 죽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전국 34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국내에 럼피스킨이 처음 발병한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의 살처분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국 108개 농가에서 살처분한 한우와 젖소 6천416마리 중 5천859마리(약 91.3%)가 고통사한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럼피스킨은 소들이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피부·장기의 결절과 여읨, 림프절 종대, 피부부종 등을 특징으로 한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단체에 따르면 34개 지자체 중 살처분에 마취제가 사용된 것은 충남 당진시(484마리 살처분)와 경북 김천시(13마리 살처분)뿐이다.

30개 지자체는 근육이완제만 사용했으며 강원 철원군(13마리 살처분)과 전남 신안군(60마리 살처분)은 약물사용법으로 살처분했으나 약물 정보가 없다거나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철원군과 신안군에서 살처분한 73마리를 포함하면 고통사한 비율은 92%에 달한다.

동물보호법 제13조는 동물을 죽이는 경우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규정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럼피스킨병 긴급행동지침(SOP)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강재원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마취제를 충분히 주입해 동물의 의식을 완전히 잃게 한 뒤 숨지게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은 채 살처분에 사용되는 석시닐콜린(succinylcholine)류의 근육이완제를 사용하면 동물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약물이 주는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살처분 과정에서 동물이 고통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하고 살처분 시 고통사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법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현재 가축전염병 예방법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살처분을 명령할 수 있게끔 하는 조항만 있을 뿐 지자체의 잘못된 살처분을 예방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