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출전하는 김보근·김하윤·김소윤
"한 달 동안 엄마 설득했죠"…루지에 푹 빠진 청소년들
썰매에 누워 시속 140㎞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는 루지는 동계 스포츠에서 가장 짜릿한 종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워낙 환경이 척박한 까닭에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다.

'썰매 3종목' 중 올림픽 메달을 따내지 못한 유일한 종목인 루지는 더 그렇다.

이런 루지에 푹 빠진 청소년들이 있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1인승 김보근(17·상지대관령고)과 남자 2인승 파일럿 김하윤(15), 여자 1인승 김소윤(16·이상 서울루지경기연맹)이 그들이다.

"한 달 동안 엄마 설득했죠"…루지에 푹 빠진 청소년들
16일 평창 트랙에서 진행되는 공식 훈련에서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을 대한루지경기연맹이 마련한 원격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만나봤다.

김보근은 야구 선수 출신이다.

잠시 야구를 쉬던 동안, 먼저 루지를 시작한 친형의 권유에 가벼운 마음으로 루지 스타트 대회에 출전하면서 진로가 바뀌었다.

김보근의 잠재력을 본 당시 대표팀 코치가 그의 나이를 확인하더니 '3∼4년 뒤에 열리는 유스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나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김보근은 "보통 사람은 갈 수 없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나갈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기회를 보고 루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루지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머니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다.

어머니는 '가뜩이나 위험한 루지, 형만 타면 됐지 왜 너까지 다치려고 그러느냐'며 반대했다.

김보근은 "한 달 동안 루지 타게 해달라고 빌었다.

결국 어머님이 찬성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웃었다.

'올림픽에 가기 위해' 루지를 시작한 김보근은 개막이 가까워져 올수록 가슴이 부푼다.

"한 달 동안 엄마 설득했죠"…루지에 푹 빠진 청소년들
그는 "외국인 친구들과 인사하고 밥 같이 먹으니 올림픽 기분이 난다.

주행이 무서울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서로 물어보기도 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번 대회 하나만을 바라보고 루지를 시작했지만, 이제 김보근의 꿈은 평창 너머로 향한다.

그는 "(이번 청소년올림픽은) 나에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기 전 첫 발걸음"이라면서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소윤과 김하윤은 이미 남매 국가대표로 잘 알려져 있다.

둘 다 복싱을 하다가 루지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전향하게 됐다.

누나 김소윤은 "커브를 하나하나 안전하게 지나 마지막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 느끼는 감동이 좋다"며 방긋 웃었다.

동생 김하윤은 "1천분의 1초에서 승패가 갈리는 스릴이 매력 포인트"라며 수줍게 말했다.

"한 달 동안 엄마 설득했죠"…루지에 푹 빠진 청소년들
평소에는 티격태격하는 남매이지만, 훈련할 때는 남매라서 더 든든한 동료다.

김소윤은 "아무래도 같은 종목을 하는 가족이다 보니 힘든 일, 고민이 있을 때 통하는 점이 있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가족임을 느낀다.

하윤이 덕에 든든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루지 대표팀 선수들은 독일 출신 볼프강 슈타우딩거 총감독과 한국 루지 개척자 임남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임 코치는 "선수들이 처음 루지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켜봤는데, 한계에 도전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들을 보니 내 열정도 함께 커지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슈타우딩거 총감독은 "주니어 코스는 스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선수들의 스타트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성인 선수들도 공략하기 어려워하는 곡선 구간을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잘 극복해내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