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연령 27→25세 하향·병역 기피자 처벌 강화' 골자
"내용 모호하고, 인권 침해 내용 포함"
우크라 의회, 정부 '징집 법안' 심의 거부…"일부 조항 위헌"
우크라이나 의회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많은 군인을 징집하기 위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심의를 거부했다고 영국 BBC 방송, 미국 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법안의 내용이 모호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법안은 입대 가능 연령을 기존 27세에서 25세로 낮추고, 병역 기피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를 골자로 한다.

입대 대상자에 대한 징집 통보를 이메일 등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달 25일 정부는 러시아와의 전쟁 장기화로 병력 충원 필요성이 커지자 이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달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려면 45만~50만 명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 의회, 정부 '징집 법안' 심의 거부…"일부 조항 위헌"
하지만 입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호응도는 낮은 상황이다.

전쟁 초기에는 수만 명의 남성들이 군에 지원해 러시아에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전투가 2년 동안 지속되면서 이제 입대를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정부 법안을 둘러싸고도 거센 논란이 일었다.

특히 병역 거부자가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보유한 자금을 사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 등 일부 조항이 공분을 일으켰다.

의회도 법안에 포함된 일부 처벌 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신은 이번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엄청난 압박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이상인 460억 달러(약 60조6천억 원)를 전쟁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 전체가 전쟁에 지출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원으로 나머지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하지만 610억 달러(약 80조2천억 원) 규모인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의회에 계류돼 있고, 500억 유로(약 72조3천억 원) 규모인 EU의 지원안도 헝가리의 비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우크라이나 기자이자 군인인 파울로 카자린은 "전쟁을 하려면 자금과 무기, 군인이 필요하다"며 만약 앞선 두 요소(자금·무기)가 동맹국에서 지원된다면,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수 있는 사람들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