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11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태영건설이 9조원대 PF 대출 상환에 실패하는 등 금융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배포한 결정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연 3.5%의 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융안정과 관련해 부동산PF 리스크를 우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해 "앞으로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지고, 연간 상승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세가 더디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동결된 기준금리 수준이나 물가·경기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금통위가 약 1년간 의결문에서 반복해온 "(여러 변수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금통위의 통화정책이 조만간 완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7월 이후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