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9세 미만 '소아당뇨' 3천명…"중증 난치질환 인정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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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족들 경제적·신체적·정신적 어려움 호소…일상도 마비
건보 지원 확대했지만 부담 커…의료계도 중증 인정 요구 충남 태안에서 부부와 9살 딸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이 딸의 소아당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만6천248명이고, 이 중 19세 미만 환자는 3천13명으로 집계된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질환으로, 식습관이나 비만 등으로 야기되는 성인 당뇨병과는 다르다.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흔히 소아당뇨라고 부른다.
1형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 또는 저혈당 쇼크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하루에 많게는 10번 이상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뽑아야 해 아이는 물론 부모의 어려움이 컸다.
매번 손끝을 찔려야 하는 아이도 부담이고, 부모 역시 아이의 혈당을 확인하느라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1형 당뇨병 아이를 둔 부모는 진단과 함께 극심한 좌절과 우울을 느끼고, 이후에는 완치가 되지 않는 병에 맞서야 하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
딸아이가 생후 40개월에 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는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며 "두 눈이 가려진 채 끝없는 터널을 지나야 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보호자 B씨는 아이가 8세에 1형 당뇨가 발병한 후 함께 학교에 가서 때마다 인슐린 주사를 놔주는 삶을 살기도 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아진 건 2018년부터 국내에 연속혈당측정기가 시판되면서다.
당시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병을 앓는 자녀를 위해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개조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후 국내에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의 연속혈당측정기가 허가·도입됐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의 팔이나 복부 등에 체내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탑재된 패치를 부착하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매번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지 않아도 되고 한번 부착하면 일정 기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측정된 혈당에 따라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슐린펌프와 함께 사용한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평생 매일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는 소아당뇨 질환의 특성상 환자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인지해 오는 3월부터 19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인슐린펌프와 전극(센서), 소모성 재료 등에 대한 건보 지원을 확대한다.
소아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 수준으로 낮추면서 기존에 380만원이 넘던 경제적 부담이 45만원 수준으로 경감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자 대한당뇨병연합은 1형 당뇨병 환자의 의료비 지원 확대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와 환자들은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본인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은 동네 병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에서 관리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중증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본인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의 본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인슐린펌프 등 의료비 지원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1형 당뇨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는 대부분 한쪽이 아이의 혈당 관리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1형 당뇨병이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본인 부담금이 60% 이상"이라며 "경증도 중증도 아닌 애매한 선에 있다보니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는 데 대한 제한이 많고 본인 부담률 역시 점점 높아지는 어려움에 부닥쳐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병이라고 불리다 보니 뭐가 그렇게 힘드냐는 식의 지적이 많은데, 환자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정도로 중증도가 심각하다"며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받는 것부터 시작해 질환의 중증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은 반나절 정도만 인슐린 투여가 중단되더라도 케톤산증 등으로 인해 환자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건보 지원 확대했지만 부담 커…의료계도 중증 인정 요구 충남 태안에서 부부와 9살 딸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이 딸의 소아당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만6천248명이고, 이 중 19세 미만 환자는 3천13명으로 집계된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질환으로, 식습관이나 비만 등으로 야기되는 성인 당뇨병과는 다르다.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흔히 소아당뇨라고 부른다.
1형 당뇨병 환자는 고혈당 또는 저혈당 쇼크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주사해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하루에 많게는 10번 이상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뽑아야 해 아이는 물론 부모의 어려움이 컸다.
매번 손끝을 찔려야 하는 아이도 부담이고, 부모 역시 아이의 혈당을 확인하느라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1형 당뇨병 아이를 둔 부모는 진단과 함께 극심한 좌절과 우울을 느끼고, 이후에는 완치가 되지 않는 병에 맞서야 하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
딸아이가 생후 40개월에 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는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며 "두 눈이 가려진 채 끝없는 터널을 지나야 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보호자 B씨는 아이가 8세에 1형 당뇨가 발병한 후 함께 학교에 가서 때마다 인슐린 주사를 놔주는 삶을 살기도 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아진 건 2018년부터 국내에 연속혈당측정기가 시판되면서다.
당시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병을 앓는 자녀를 위해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개조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후 국내에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의 연속혈당측정기가 허가·도입됐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의 팔이나 복부 등에 체내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탑재된 패치를 부착하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매번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지 않아도 되고 한번 부착하면 일정 기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 측정된 혈당에 따라 자동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슐린펌프와 함께 사용한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평생 매일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는 소아당뇨 질환의 특성상 환자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 역시 이러한 어려움을 인지해 오는 3월부터 19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인슐린펌프와 전극(센서), 소모성 재료 등에 대한 건보 지원을 확대한다.
소아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 수준으로 낮추면서 기존에 380만원이 넘던 경제적 부담이 45만원 수준으로 경감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자 대한당뇨병연합은 1형 당뇨병 환자의 의료비 지원 확대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와 환자들은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본인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은 동네 병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에서 관리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중증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본인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의 본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인슐린펌프 등 의료비 지원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1형 당뇨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는 대부분 한쪽이 아이의 혈당 관리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1형 당뇨병이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지 못해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본인 부담금이 60% 이상"이라며 "경증도 중증도 아닌 애매한 선에 있다보니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는 데 대한 제한이 많고 본인 부담률 역시 점점 높아지는 어려움에 부닥쳐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병이라고 불리다 보니 뭐가 그렇게 힘드냐는 식의 지적이 많은데, 환자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정도로 중증도가 심각하다"며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받는 것부터 시작해 질환의 중증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은 반나절 정도만 인슐린 투여가 중단되더라도 케톤산증 등으로 인해 환자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