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텔레그램 선행매매 적발..."채널 운영자 조사중"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최근 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를 불공정거래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를 조사 중인 것은 사실이나 대상자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업계에선 수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가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당 채널은 매일 활발하게 운영을 이어왔지만 지난 5일부터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텔레그램 메신저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은 만큼, 이용자 특정에 다소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당 채널 운영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운영을 쉬고 있어서 소문이 그렇게 돈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한 특사경에서 조사 받은 것이 사실과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며 "제가 아니라 다른 곳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앞서 텔레그램 이전에도 '미스리' 메신저를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사용하던 메신저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텔레그램이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른바 '증권가 지라시'가 유통되는 창구 중 하나도 텔레그램이다.

현재 텔레그램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연구원들도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텔레그램 채널이란 페이스북 등 SNS와 마찬가지로 해당 채널이 운영자가 게시물을 공유하면, 구독자들이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보편적으로 텔레그램 채널들은 뉴스를 공유한다거나, 경제 지표 발표 내용, 해외 소식 등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번 건의 경우 뉴스 공유를 넘어, 특정 테마주나 종목을 찍어주는 형태의 선행매매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가 부상한다면 '이 종목들도 테마주로 볼 수 있다'라는 식의 멘트와 함께 특정 종목들을 게시하는 형태이다.

해당 과정에서 주식을 매수한 뒤 텔레그램 채널에 소식을 공유해 가격을 띄우는 형태의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금감원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최근 '불공정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올해 정기 인사를 통해 특사경 정원을 기존 26명에서 46명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앞서 특사경은 2019년 출범 이후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이복현 원장 부임 이후 하이브 직원의 선행매매 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카카오의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등을 수사하는 등 파급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핀플루언서 등에 대해 엄정 수사 방침을 밝히고,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정치 테마주, 사기적 부정거래와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되도록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